“조선왕조실록은 파주 임진나루터가 조선 최초의 거북선훈련장소인 것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파주시 등은 역사적 사실을 보호하고 널리 알릴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거북선교장’으로 별명이 붙은 최병운 포천운담초교 교장(51)은 “파주가 대유학자며 경세가인 율곡 이이선생에 이어 조선건국초에 ‘거북선도시’였다는 놀라운 기록을 접하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파주 검산, 청석, 심학, 두일초교 등지에서 교사, 교감으로 근무하다가 올 3월 교장공모를 통해 포천 운담초 교장으로 부임했다.
최 교장이 거북선을 처음 접한 것은 2002년 파주 검산초교 발명창의 담당교사로 발령 난 때부터다. 부임 당시 검산초교는 학생 수 격감으로 전교 학생 수가 100명에 불과해 폐교위기에 몰렸다. 발령 교사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할 때 최 교장은 돌파구로 거북선 창의연구활동을 제안했고, 학교 승인을 받아 동아리 활동을 벌였다. 2년여 동안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거북선설계도를 소재로 한 과학발명교육을 집중적으로 학습시켰다. 뛰어난 학생들이 많아 검산초교 발명창의반은 급신장했다. 교육부ㆍ특허청이 공동주최한 ‘대한민국학생발명전시회’에 참가해 단체상과 국무총리상을 거며 쥐었다. 발명창의반 출범 불과 1년 만의 놀라운 성과였다.
폐교위기에 몰린 미니학교가 이처럼 뛰어난 결과를 거두자 특허청이 주목했다. 파격적으로 5천만 원의 예산을 지원했고, 경기도교육청도 5천만 원을 보태 총 1억 원으로 학교 내에 파주교육지원청부설 발명교실센터를 설립하도록 도와줬다. 검산초교가 거북선발명에 관한 전국 최고의 학교로 급부상하자 관심 있는 학부모들의 상담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폐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학생들도 선의의 경쟁과 거북선이 담긴 창의정신을 보여주며 각종 대회에 참가해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최 교장 역시 올해의 과학교사상, 발명의 날 근정포장, 대한민국발명교육대상 등을 수상했으며 대한민국 창의력대회 출제위원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거북선설계제작에만 집중했던 최 교장은 5년 전부터 거북선을 사료적으로 본격 연구하고 있다. 한 선배교사가 거북선이 파주와 관계있다고 던진 농담을 시작으로 조선왕조실록을 살펴보게 됐다. 그는 조선 태종실록 25권(1413년)에 귀선(거북선) 얘기가 처음으로 나오고 그 장소는 파주 임진나루로 거북선훈련장이었으며, 3년간 태종실록에 기록된 것도 확인했다. 이후 조선왕조실록의 거북선기록은 태종 이후 사라졌다가 180여 년 후인 선조 때 재등장한다. 최 교장은 “파주가 거북선의 도시라고 확인은 했지만, 관련 연구가 거의 없어 그냥 지금까지 흘려보내 왔다”며 “실록을 토대로 4차산업 혁명시대를 대비해 학교에서 거북선에 담긴 선조의 창의탐구정신을 잊지 않도록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주=김요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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