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자존감이 낮은 것은 뿌리가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원치 않게 그녀를 임신했고 낙태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후 마지못해 결혼하여 그녀를 낳았다. 그녀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의 사업은 무척 어려웠다. 2년 후 남동생이 태어났다. 결혼생활에 적응한 어머니는 시댁에서도 반기는 남동생을 얻고 무척 기뻐했다. 아버지는 남동생이 태어나던 즈음부터 점차 사업이 잘 되어갔다. 그녀의 집에서 남동생은 복덩이이자 왕자님이었고 그녀는 동생을 챙겨줘야 하는 눈치꾸러기 하녀 같았다.
세월이 흘러 그녀는 시집을 갔다. 아버지는 돌아가시면서 모든 재산을 남동생에게 넘겨주었다.
그녀는 서운했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홀로 남은 어머니는 암 투병을 하게 되었다. 모든 재산을 물려받은 남동생이 어머니 양육을 거절하자 그녀가 어머니를 돌아가실 때까지 정성껏 간병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그녀가 듣고 싶었던 단 한마디가 있었다. ‘동생과 차별해서 미안했다고…’ 하지만 어머니는 끝내 그런 말없이 세상을 떠났고 그녀는 서럽게 울었다.
이 사례의 여성이 갖는 낮은 자존감은 원치 않은 임신, 실패한 낙태, 출생 당시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여성이라는 성별에서 기인한 것이다. 출생 당시의 변수에 의해 그녀의 인생은 이미 많은 것이 결정되어 있었다. 이것은 그녀만의 특별한 이야기일까? 실은 우리 모두 이와 같은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태어나며 그 비밀은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렇게 상처를 주는 출생의 비밀에 대해 부모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하고 싶다. 첫째, 출생의 비밀은 절대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원치 않은 임신이나 실패한 낙태 같은 이야기는 아이의 존재의 이유를 의심하게 하고 자존감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둘째, 아이에게 환영받고 축복받으며 세상에 태어났다고 얘기를 해줘야 한다. 환영받은 느낌이 자존감을 올려준다. 어린 시절 사진을 보며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말해주는 것도 좋다. 셋째, 자식 중에 사랑을 덜 받은 자식에게 죽기 직전이라도 미안하다는 말을 해주고 떠나길 바란다. 그래야 맺힌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출생의 비밀로 상처받은 분들에게도 조언을 한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는 안 되는 그런 사람은 없으니 환영받지 못했다고 해서 인생을 포기하지 말기를. 태어난 것은 나의 선택이 아니지만 앞으로 살아가는 것은 나의 선택이니 비록 축복을 받지 못하고 태어났다 하더라도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기를. 왜냐하면 당신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니까.
신동근
마마라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