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이념과 공무원 數

마가렛 대처가 영국병을 치유했다. 논쟁이 필요 없는 평가다. 그 대처리즘의 중심에 ‘일하는 영국’이 있다. 복지 확대로 대변되던 노동당 세상을 뒤집었다. “단돈 1페니도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구호로 국민을 이끌었다. 대처 스스로 본(本)을 보였다. 공직 부문 다잡기였다. 우군(友軍)이라 할 공조직부터 칼을 댔다. 탄광 노조와의 일전이 상징이었다. 20여 개의 국영 탄광을 폐쇄했다. 2만 명을 해고했다. ▶대처의 ‘공직 잡도리’는 임기 내내 지속됐다. 집권 초기에는 무능ㆍ부패ㆍ부정 공무원 퇴출을 밀어붙였다. 이후에도 공무원 수 감축 정책을 계속했다. 대처 정부 12년 동안 줄어든 공무원만 10만명이다. 국민들이 이런 대처를 ‘철의 여인’이라고 불렀다. 공직사회와 노동계는 물론 다르게 불렀다. ‘악랄한 미녀’. 대처리즘을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라 부른다. 너무 어렵다. ‘공직 군기잡기와 공무원 자르기’가 쉽다. ▶이명박 정부도 비슷하게 갔다. ‘철밥통 공무원’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2008년의 지방자치단체 조직개편안이 그랬다. 지방 공무원 인건비 5%를 줄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1만명을 감축하라고 지방에 권고했다. 말이 권고지 재정 패널티를 앞세운 명령이었다. 그렇게 경기도에 하달된 명령이 ‘1천393명 감축’이었다. 국민은 반겼다. ‘공무원 잡도리’라는 게 원래 그렇다. 예나 지금이나, 영국에서나 한국에서나 대중성 높은 메뉴다. ▶문재인 정부가 공무원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 2018년 1만2천명 증원을 계획했다. 야당이 반대했다. 결국 9천475명으로 타협됐다. 타협안 속에는 몇몇 복지 예산이 섞여 있다. 아동 수당이 신설되고, 기초연금이 5만원 오른다. 자유한국당이 난리다. 공무원 증원과 법인세 인상만 공격한다. ‘한번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며 반대한다. ▶정말 그런가. 공무원 증감이 ‘돌이킬 수 없는 정책’인가. 영국에서는 진보가 늘렸지만, 보수가 줄였다. 한국에서는 보수-이명박 정부-가 줄였지만, 진보-문재인 정부-가 늘리고 있다. ‘언제든 돌이킬 수 있는 정책’이다. 이걸 모를 한국당이 아니다. 그런데도 유독 공무원 증원에 매달리며 ‘나라 망할 정책’이라며 호들갑이다. ▶이러는 사이 진짜배기 논쟁이 사라졌다.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예산들이 구렁이 담 넘듯 가고 있다. 현금으로 퍼주는 복지 예산이다. 신설되는 아동수당, 인상되는 기초연금, 폭주하는 최저임금. 이번에 결정되면 ‘영원히 뒤로 갈 수 없는’ 예산이다. 그토록 나라가 걱정이라면 이걸 논쟁해야 하는데…. 말 한마디가 없다. 하기야 새삼 놀랄 일은 아니다. 퍼주기 정치 앞에 이념 정치가 굴복한 게 어제오늘의 일인가.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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