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고 땡은 노름의 한 방식이다. 다섯 장의 패를 갖고 시작한다. 우선 석 장으로 10 또는 20을 만든다. 나머지 두 장으로 끝수 게임을 한다. 당연히 석 장으로 짓는 셈법이 빨라야 한다. 여기서 시간을 끌면 ‘초짜’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그래서 붙여진 세 숫자에 별칭이 재밌다. 1ㆍ2ㆍ7(삐리칠), 5ㆍ5ㆍ10(꼬꼬장), 1ㆍ9ㆍ10(알구장), 1ㆍ1ㆍ8(콩콩팔)…. 10 또는 20은 상수다. 게임에 이기기 위해 반드시 ‘짓고’ 넘어가야 할 불변의 기준이다. ▶요 며칠 숫자 논란이 있었다. 원래는 ‘3ㆍ5ㆍ10’이었다. 이걸 바꾸자고 했다. ‘5ㆍ7ㆍ10’ 얘기가 있었다. ‘5ㆍ10ㆍ10’ 얘기도 있었다. ‘10ㆍ10ㆍ10’ 얘기도 있었다. 어렵사리 결정됐다. ‘3ㆍ10ㆍ5’가 됐다. 여기에 ‘+α’가 조건으로 붙었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 시행령 개정 내용이다. 국민권익위가 이 숫자의 내용을 국민에게 최종 보고했다. 법 시행 1년 만이다. ▶당초 숫자 ‘3ㆍ5ㆍ10’은 ‘식사비ㆍ선물비ㆍ경조사비’다. 외식업계, 농축산업계, 화훼업계가 난리였다. 저마다 폐업위기를 내세우며 상한선 조정을 요구했다. 대통령까지 나서 시행령 개정을 약속했다. 하지만, 권익위는 쉽게 바꾸려 하지 않았다. 결정이 무산되기도 했고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결정된 게 ‘3ㆍ10ㆍ5’다. 식사비는 그대로 뒀고, 선물비는 10만원으로 올렸고, 경조사비는 5만원으로 내렸다. ▶‘18’이라는 숫자는 유지했다. 그런데 복잡해졌다. 새로 생긴 ‘조건’이 있다. 선물비 10만원에는 ‘농축산물 또는 이를 원료ㆍ재료로 50% 이상 사용한 가공품’이라는 조건이 붙었다. 경조사비 5만원에는 ‘화환을 포함할 경우 10만원까지 괜찮다’는 조건이 붙었다. 그냥 ‘3ㆍ5ㆍ5’하거나 ‘3ㆍ10ㆍ10’했으면 국민 이해가 편했을 텐데. 법을 지켜야 하는 국민이나 집행해야 하는 사법 기관이나 모두 복잡하게 됐다. ▶농축산업계와 화훼업계는 환영한다고 했다. 외식업계는 실망스럽다고 했다. 권익위는 “가액범위 일부 조정이 법의 취지를 후퇴시키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어떤 주장이 옳은지 판단할 필요를 못 느낀다. 처벌하는 도덕의 기준이 관련 업계 매출을 따라 왔다갔다 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외식업계가 위기에 처하면 ‘3’도 바꿀 것인가. 한번 정한 ‘10 또는 20’을 바꾸지 않는 노름판보다 가벼운 김영란법의 운명이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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