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국민행복지수 1위라는 부탄에 다녀왔다. 여행의 가이드는 한국말을 잘 하는 린첸 다와라는 청년이 맡았다. 경희대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한 린첸은 25살로 5년간 한국 생활을 했다.
린첸은 특별했다. 부탄이 불교국가여서인지 그가 갖고 있는 생각들, 삶에 대한 태도가 남달랐다. 여행에 동행했던 이들은 그가 25살이 아닌, 125살 같다고 했다. 여행을 다녀온 후 여행지보다 린첸 얘기를 더 많이 했다.
린첸이 10월 초 한국에 왔다. 서울시 한 기관이 주최하는 국제컨퍼런스 참가 등 일정이 있었다. ‘비정상회담’에 출연했던 그는 인기가 많아 여러 곳에서 강의를 했고, 방송출연도 하는 등 재밌게 한국 생활을 즐겼다. 그래서 한번은 “한국에서 사는 게 어떠냐”고 했다.
그는 “그건 순간의 행복일 뿐”이라며, “지속적인 행복을 위해 출가를 결심했다”고 했다. 부탄에 한국문화원을 만들어 한국과 부탄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던 린첸은 공부를 더 해도, 사업을 해도, 정치를 해도 뭐든 잘할 것 같은 젊은이였기에 놀랐고, 맘이 좀 아팠다. 속세를 떠난 수행자의 길이 외롭고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가 더 행복하기 위해 선택한 길이기에 축하해 주기로 했다. 린첸은 11월 말경 부탄으로 돌아갔고, 이제 출가 준비를 하고 있다. 그의 카톡 대문엔 ‘2018.2.18. 상상만 해도 기쁨의 눈물’이라 쓰여있다. 부탄의 젊은 현자 린첸은 출가의 그날을 그렇게 기쁘게 기다리고 있다.
린첸이 손꼽아 기다리는 출가가 우리나라에선 점점 줄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이 급기야 ‘출가자 구인 광고’까지 냈다. 한 해 출가자 수가 100명 미만으로 줄어들 위기에 처하자 내놓은 응급처방이다. 출가자 급감은 저출산과 비구니 감소가 가장 큰 이유다. 밤 9시에 취침해 새벽 3시에 일어나 참선하는 행자 생활이 힘들어 중도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내 생에 가장 빛나는 선택, 출가’라는 포스터까지 제작해 홍보에 나선 조계종은 출가 후에 필요한 주거나 의료, 교육과 함께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도 제공키로 했다. 또 청년출가자(20세 이상)에겐 대학등록금 면제, 소년출가자(13~19세)에겐 행자교육 면제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종단내 일부에선 출가자 광고를 내는 건 불교계 얼굴에 먹칠하는 것이란 주장을 한다. 수행자를 어떻게 일반 직업인처럼 모집할 수 있느냐는 반발도 있다. 하지만 얼마나 절박했으면 그럴까, 종단이 살 길을 찾는 몸부림으로도 보인다.
‘내 생애 가장 빛나는 선택, 출가’ 문구를 보며 린첸을 생각한다. 출가는 바로 그런 것이어야 하는데… 하면서.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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