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재의 계절… 철저한 방비·점검으로 人災막자

화재와 같은 재난은 언제나 사람들의 방심과 부주의한 틈을 노려 일어난다. 평소 방비와 점검만 제대로 하면 예방이 가능하다. 때문에 법률로 방화설비 정비·점검과 훈련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 화재가 잦은 겨울만 되면 방화캠페인도 벌어지곤 한다. 그런데도 법을 지키지 않고 주의를 태만히 해 화재위험 요소가 곳곳에 널려 있는 건 크게 우려할 일이다.

지난 3월의 소래포구어시장 대형 화재만 해도 그렇다. 소방도로는 고정식 좌판·노점상들로 막혔고, 각 상점들이 마구잡이로 끌어다 쓴 전선이 뒤엉켜 있는 등 안전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하루에도 수천 명이 들끓는 재래시장이 이처럼 소방 부재지역인 채로 방치되고 있다. 재래시장의 구조상 한 곳에 불이 나면 순식간에 대형화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대형 참사를 겪을 때마다 당국이 입버릇처럼 외쳐대던 ‘안전’이란 말이 말짱 헛구호에 그친 결과다. 열악한 소방 환경 속에서 겁 없이 장사를 해온 상인들의 무신경도 문제다.

지난 13일 오전 9시 26분께는 서구 가정동 루원시티 내 지하 3층·지상 8층 건물 신축공사 현장에서 불이 나 1시간 40분 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공사 현장에서 작업하던 근로자 A씨(51)가 숨지고 다른 21명이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으로 분산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주말에도 인천 곳곳에서 화재가 발생, 막대한 재산 피해를 냈다.

지난 16일 오후 11시 49분께 서구의 한 필름 인쇄공장에서 난 불은 인근 금형공장과 도장 페인트 공장으로 옮겨붙었다. 이 불로 필름 인쇄공장이 전소되고 인근 공장 일부가 타 6천만 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또 같은 날 오전 1시 45분께 서구 경서동 금형공장에서도 불이 나 1시간 40분 만에 불길을 잡았지만 공장 3채가 불에 탔다.

같은 날 오전 9시 37분께는 동구 만석동의 고물상에서 화재가 발생, 사무실 등을 태우고 10분 만에 진화됐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 오후 2시 22분께 연수구의 한 모텔에서 불이 나 객실 일부를 태우고 18분 만에 진화됐다. 같은 날 오후 3시 8분께도 남구 용현시장 점포에서 불이 나 점포 내 집기 등을 태운 뒤 진화됐다.

바야흐로 화재가 발생하기 쉬운 계절이다. 계속되는 추위로 전기와 불을 많이 쓰고 연말연시의 들뜬 분위기마저 겹쳐 방심이 또 다른 재난을 불러오기 쉬운 때이다. 화재 뒤끝처럼 허망한 것도 없다. 잠깐 사이에 재화가 잿더미로 변하기 때문이다. 당국은 물론 국민 모두가 정신을 바짝 차려 부끄러운 인재와 예고된 재난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화재를 당하고 나서 발 구르며 후회할 게 아니라 미리미리 취약점을 철저히 점검하여 화재를 예방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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