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소확행(小確幸)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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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마무리 돼가면서 많은 이들이 ‘올 한 해 행복했나?’를 생각해본다. 그러면서 내년엔, 또는 내년에도 ‘행복했음 좋겠다’라는 바램을 갖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 국가 GDP(국내총생산) 순위 대비 국민행복지수가 상당히 낮은 편이다.

 

국민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들의 삶의 방식은 어떨까. 덴마크인들은 ‘휘게(Hygge)’ 라이프를 지향한다. 휘게는 ‘좋아하는 사람과 거실에 앉아 장작불이 탁탁 타오르는 소리를 들으며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는’ 일상적인 분위기다. ‘휘게 라이프, 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의 저자 마이크 비킹은 “휘게는 간소한 것, 그리고 느린 것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새 것보다 오래된 것, 화려한 것보다 단순한 것, 자극적인 것보다 은은한 분위기에서 휘게를 더 가깝게 느낀다.

 

스웨덴 사람들의 ‘라곰(Lagom)’은 ‘딱 알맞은 양’ ‘적당히’ ‘충분히’를 뜻한다. 그들은 라곰한 크기, 라곰한 양, 라곰한 기분, 라곰한 분위기, 라곰한 맛을 중요시하며 과한 것을 바라지 않는 편안하고 소박한 삶이 행복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라곰, 스웨덴식 행복의 비밀’의 저자 롤라 오케르스트룀은 “라곰한 삶은 어떤 상황도 받아들 수 있는 정서적 여유를 갖추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프랑스의 ‘오캄(Au calme)’은 ‘고요한’ ‘한적한’ 분위기다. 오캄 라이프는 심신이 평온한 상태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삶을 여유롭고 편안하게 누리는 것을 의미한다. 일이 잘 진행되지 않거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 차 한 잔 들고 ‘오캄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는 여유다.

 

일상에서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확행(所確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에세이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넣은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입을 때의 기분’이 소확행이라고 했다. 소확행은 미래보다 지금이 소중하고, 특별함보다는 평범함을 중시하며, 행복의 강도가 아닌 빈도를 중시하는 세계적 추세와 일치한다.

 

이 개념은 우리나라에서도 거창한 목표나 성취감보다 일상 속 행복을 찾으려는 현상이 일면서 주목받고 있다. 소확행은 내년도 소비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거창하고 요란한 것보다 ‘단순하고, 은은하고, 평온하고,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행복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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