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만 13세로 낮춘 ‘형사 미성년자’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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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강력범죄가 갈수록 흉포해지고 있다. 지난 9월 SNS를 통해 공개된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 4명의 여중생이 여중 2학년인 피해자를 벽돌과 소주병, 알루미늄 사다리, 의자 등으로 1시간 30분 넘게 때려 피범벅이 되게 한 집단폭행 사건은 잔인하기 이를 데 없어 사회적 공분을 샀다. 그런데 가해자 4명 중 1명은 만 14세 미만이라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하자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코너엔 미성년자의 형사처벌 수위를 감경할 수 있도록 한 현행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부산 사건을 비롯해 서울 숭의초 학교폭력 사건, 울산 중학생 자살 사건, 최근의 초등학생 투신 사건까지 학교폭력 사례가 잇따르자 정부가 실효성 있는 법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되, 살인 같은 강력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는 형량을 무겁게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정부는 지난 22일 이 같은 내용의 ‘학교 안팎 청소년 폭력 예방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현재 만 10~14세로 규정된 ‘촉법소년(형사 미성년자)’ 기준을 만 10~13세로 개정해 만 14세부터는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그동안 만 14세 미만은 ‘형사 미성년자’로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상 처벌하지 않았다. 나이가 어려 형사책임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형사 미성년자 기준은 1953년 형법 제정 후 바뀐 적이 없다. 정부가 65년 만에 그 기준을 바꾸는 것이다. 이는 ‘14세까지는 무슨 짓을 저질러도 괜찮다’는 생각에 범죄를 저지르는 일부 청소년 범죄자가 있기 때문이다. 중학생 정도면 자신의 범죄 사실을 인지할 수 있는 나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경찰청의 ‘2013년 이후 학교폭력 적발 및 조치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경찰에 적발된 학교폭력 사범이 6만3천여 명이다. 이 중 구속된 인원은 649명이고,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으로 법원 소년부에 송치된 인원이 5천838명에 이른다.

 

“범죄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소년법 개정도 추진된다. 10대 소년 범죄를 다루는 소년법은 처벌을 감경하는 조항들이 있는데, 앞으로는 강력 범죄를 저지른 경우엔 형량을 올리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초등생을 납치 살해한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주범이 범행 당시 17세라는 이유로 공범(19세)보다 낮은 형량을 구형받자, 불합리하다는 여론이 인 것을 반영한 조치다.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법의 악용을 방치해선 안된다는 측면에서 형사 미성년자 기준 조정, 소년법 개정 등은 시의적절한 조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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