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지식과 지혜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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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지혜는 일면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엄연히 다르다. 지식은 학교나 학원, 도서관에서 배우지만 지혜는 가정과 생활 현장의 경험을 통하여 터득한다. 지식은 시간이 지나면서 잊어버리지만, 지혜는 경륜이 더할수록 더 깊고 세련되어진다.

 

지혜가 부족하면 교활함이 싹트게 되고 머릿속은 얕은꾀로 꽉 차게 된다. 우리는 역사적으로도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많이 보아 왔다. 삼국지의 제갈량이 그렇고 조선 초기의 명운을 쥐락펴락하다 비명횡사한 정도전이 그런 사람들이다. 그들은 대체로 일을 꾸미는 사람으로 정치, 경제, 사회, 군사적 전략 등을 세워 전체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며 원하는 일이 진행되게끔 만드는 역할을 한다.

 

정권이 바뀌어 새로운 정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약 3천여 개의 자리를 이끌어 갈 사람들을 임명해야 한다고 한다. 그중 대통령이 직접 관여하는 자리는 10%도 안 되며, 나머지 90% 이상을 지식과 지혜를 겸비했다고 해서 발탁된 참모들에 의해 선정되고 절차를 밟아 재가를 거쳐 임명하게 된다. 그만큼 그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들은 대부분 상황 판단 능력이 출중하여 좋은 데 쓰면 매우 유익한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 문제는 그런 능력을 엉뚱한 데 쓰면 두루 낭패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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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국정감사에서 현재의 국방부 장관에게 전임 장관의 구속 영장 기각에 대한 소회를 묻자 “참 다행한 일이다”고 답했다가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당시 소위 586 참모들이 벌떼같이 일어나 해임을 건의했다 한다. 대통령이 동의하지 않자 국방부 전화가 닳도록 사직을 종용했다 한다. 물론 대통령이 그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국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장관직을 유지하게 해서 ‘참 다행한 일’이 되었지만.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무려 다섯 군데의 총상을 입은 판문점 귀순병을 사력을 다해 목숨을 건지게 한 의사에게 ‘인격적 테러’라고 비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어느 국회의원의 행태를 보면서 지식이 아무리 있어도 지혜가 부족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잘 나타낸 좋은 예라 할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삶에서 맞닥뜨리는 무수한 파고를 유연하게 타고 넘는다. 지혜에 이르는 길은 분명 존재하고 모두에게 열려 있다. 밝아오는 새해 무술년에는 지식을 담는 큰 그릇인 지혜를 키워 국민이 만족하는 풍요로운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최무영 천사운동본부중앙회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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