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2018년 트렌드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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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무술년(戊戌年) 황금개띠 해가 밝았다. 새해 대한민국을 움직일 트렌드는 ‘꼬리’에 있다는 분석이다. 꼬리가 몸통보다 중요해져,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 거세진다는 진단이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펴낸 ‘트렌드 코리아 2018’은 올해 10대 소비 트렌드 핵심어를 ‘꼬리가 몸통을 흔들다’는 뜻의 ‘웩더독(WAG THE DOGS)’으로 정했다. ‘개가 꼬리를 흔드는 게 아니라 꼬리가 개를 흔든다’는 의미다.

 

사은품이 본 상품보다, SNS가 대중매체보다, 1인 방송이 주류 매체보다, 카드뉴스가 TV뉴스보다, 노점의 푸드트럭이 백화점 푸드코트보다, 인디레이블이 대형 기획사보다, 인터넷의 영향력있는 개인이 대형 스타보다 인기를 더 끄는 현상이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문재인정부 출범 후 시급 노동자,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하청·협력업체 등 소외계층 권익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커지면서 웩더독 트렌드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웩더독은 정치·경제적 의미를 넘어 일상생활에서도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 자주 발견되고 사회적 약자인 언더독의 약진이 눈에 띄는 지금의 다양한 현상을 포괄하고 있다.

 

트렌드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급변하는 세상의 흐름을 읽는 데 필요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이제는 마케터만이 아닌 대중들의 관심사가 됐다. 지난해엔 ‘욜로(YOLOㆍ한 번뿐인 인생, 현재를 즐기며 살자는 의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등이 유행하는 트렌드 용어였지만 이 또한 새로운 트렌드에 묻혀가고 있다. 

새해엔 삶의 거창한 목표나 대단한 성취감이 평범하고 소소한 행복 ‘소확행(所確幸ㆍ작지만 확실한 행복)’에 자리를 내주고, 가성비보다 ‘가심비(價心比ㆍ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를 더 중시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또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life-balance)’이 적당히 벌면서 잘 살기를 바라는 젊은 직장인 세대의 라이프스타일로 등장하게 된다는 전망이다. 워라밸 세대는 돈보다 스트레스 없는 삶을 추구하고 자기 자신과 여가, 성장을 중요 가치로 여기며 사회 전반적인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예전엔 최소 10년 주기의 큰 흐름을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면 지금은 시시각각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알지 못하면 일상적 대화나 사회생활에서 소외되기 쉽다. 2~3년 단위로 변하던 트렌드는 지금은 1년도 채 안 간다. 경제 부침과 함께 세상이 불확실하고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다. 트렌드도 이젠 공부하고 열심히 쫓아가야 하는 시대, 이래저래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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