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삿포로시의 운송회사인 히가시삿포로닛쓰수송은 지난해 10월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80세 정년’ 제도를 도입했다. 65세에 일단 퇴직하고 퇴직금을 정산하지만 희망할 경우 자동으로 80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안전상의 문제로 고령 직원은 운전을 제외한 영업, 총무 등의 업무를 맡게 했다.
시즈오카현 이와타시의 파이프 가공업체 고겐공업은 사원 270명 중 30%가량인 76명이 65세 이상이다. 이 회사는 버블 경기가 한창이던 30년 전 일손이 모자라 시니어 채용을 시작했는데 원하는 나이까지 일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현재 최고령 사원은 89세이며 지난해 72세 남성을 새로 채용했다.
일본 기업들이 70대 이상 고령층까지 고용에 나선 건 인구 감소로 젊은 일손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 인구는 2008년 1억2천808만 명을 정점으로 2015년까지 100만 명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이보다 훨씬 많은 600만 명 줄었다. 여기에 아베노믹스로 경기가 서서히 살아나면서 지난해 말 구직자 1명당 1.56개의 일자리가 있을 정도가 됐다. 제조업의 80%가 인재 확보가 당면과제라 할 정도로 구인난이 심해진 것이다.
급기야 일본 정부가 정년 연장에 나서 2013년 기업에 65세까지 고용유지를 의무화했다. 기업 중에는 인건비 부담 때문에 일단 퇴직 후 급여를 낮춰 재고용하는 형태가 많은데, 최근엔 구인난에 70세가 넘어도 일할 수 있도록 하는 회사가 늘었다. 일부 회사는 정년을 아예 없앤 ‘무한 정년’을 내걸고 있다.
고령자 고용이 늘어난데는 일본 노인들의 체력이 상대적으로 좋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본 스포츠청에 따르면 70세 이상 노인의 체력은 지난 20년 동안 5세 이상 젊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노인 기준연령을 현 65세에서 70세로 늘려야 한다는 여론도 힘을 얻고 있다.
100세 시대에 시니어 세대가 계속 일을 하는 건 자신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 득이 된다.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고, 지역경제도 고령자의 경제활동 덕분에 활기를 띠게 된다. 고령자가 적당히 일하면서 건강해져 의료비가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우리나라는 2016년 기업 정년을 60세로 의무화 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올해부터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60세 정년제 시행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서는 것도 장년 10명 중 6명이 50세 전후에 퇴직하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넘쳐 정년이 연장되고, 일하고 싶은 노인은 건강하면 얼마든지 일할 수 있는 일본의 현실이 부럽기만 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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