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무술년 새해, 민초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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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선악(善惡), 미추(美醜), 진위(眞僞)를 분별하려는 업, 즉 습성이 있다. <완전한 세계>를 제멋대로, 나름대로의 판단기준을 세운다. 나와 내 것 으로부터 시작하는 인간은, 태생 그 자체가 불완전한 존재다. 사람에게 완전한 세계는 보이지 않는다. 예수, 석가, 공자 등이 이상세계를 설파했지만, 역사는 그런 세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남의 허물이 보이면 자신의 못된 성질이 발동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석가가 가르치는 삶의 여덟 가지 고통 가운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 같이 살아야 하는 고통이 있다. 다른 사람을 싫어하는 생각 자체가 사라지면 그때부터 우리는 좀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석지명 스님의 설문 중에서)

흔히들 말한다.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 요즘말로 ‘내로남불’이다. 이중 잣대의 극명한 표현이기도 하다.

 

사람은 하루에도 600번 이상 무언가를 결정하거나 선택하면서 살아간다고 한다. 사람 마음이란 그리도 변화무쌍하고 변덕스러운지도 모른다. 새해 아침에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은퇴를 선언했던 일부 정치인들은 얼마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국민들 앞에 나타나, 내가 아니면 이 나라를 구할 사람이 없다고 강변하면서 재출마를 선언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들의 선언은 오로지 선거용임을 알게 된다. 언론(방송)에서 진행되는 정치인들의 토론을 대하면, 각자의 당리당략으로 평행선의 입장 차이만을 볼 수 있고, 양보나 배려의 미덕은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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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정치인들이 쏟아내는 추잡한 언행을 보면서, 경우(境遇)와 예의(禮儀)를 아는 소박한 민초(民草)들이 그들의 스승이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 6월에는 광역 및 기초단체장, 도의회 및 시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선거철이 되면 수많은 후보자들이 공약(公約)을 쏟아내지만, 그들이 내세운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함을 우리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올해의 선거에서 그들의 공약(公約)가운데 쓰레기장으로 가야 할 공약(空約)이 아주 적었으면 좋다.

 

투표를 하게 되면, 나는 이런 후보를 선택할 거다. 실현 가능한 비젼을 제시하는 정직한 후보, 자신의 신상에 관하여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후보, 평소 약속을 잘 지키고 공익을 우선하는 후보, 잘못을 시인하고 꼼수를 부리지 않는 솔직 담백한 후보에게 말이다. 석지명 스님의 강론<불완전을 받아들이는 수행>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며, 무술년(戊戌年)새해, 한 사람 민초(民草)의 바람을 적어본다.

 

조규일 법무사ㆍ前 경기중앙지방법무사회 수원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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