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비만백서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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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면서 많은 사람들이 새해 계획을 세운다. 그중 거의 빠지지 않는 것이 ‘살빼기’다. 올해는 기필코 살을 빼겠다며 ‘살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밥 굶기ㆍ식이요법 등 음식 조절, 걷기ㆍ수영ㆍ헬스 등 다양한 운동으로 시도한다. 멋진 몸매를 위해 살을 빼는 이도 있지만 상당수는 비만 정도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가 빠르게 뚱뚱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고도 비만 환자(체질량지수(BMI) 30 이상) 비율은 조사 첫해인 1998년 2.7%에서 2015년 4.6%로 70% 급증했다. 2030년엔 9%까지 올라갈 것으로 분석됐다. OECD는 보고서에서 “최근 20년 사이 고도 비만 환자가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난 나라는 세계적으로 한국과 노르웨이뿐”이라고 경고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7 비만 백서’를 발표했다. 19세 이상 성인 1천395만명의 건강검진 결과를 분석했는데, 지난 2016년 BMI 25 이상 비만 환자가 33.6%로 집계됐다. 남성 비만율은 41.3%로 여성(23.7%)보다 훨씬 높았다. 특히 30~40대 남성의 비만 문제가 심각했다. 30대 46.3%, 40대 45.9%, 50대 42% 등으로 남성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중·고교생 비만율도 2005년 8.2%에서 2016년 12.8%로 꾸준히 늘고 있다. 남성은 부자일수록 여성은 가난할수록 비만율이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2017 비만 지도’를 보면 제주도의 비만율이 전국 시도 중 가장 높았다. 제주는 남성 비만율이 48.7%로 1위다. 여성 비만율도 26.5%로 강원(27.8%)에 이어 둘째다. 그러다보니 ‘제주가 돌, 여자, 바람에다 비만까지 사다도(四多島)’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제주에 비만 인구가 많은건 대중교통이 부족해 승용차 이용자가 많고, 외식문화가 발달해 육류나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기 때문이다. 제주도교육청은 올해부터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혼디 걸으멍 와바(함께 걸어요)’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비만은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고지방·고열량 음식 섭취량이 많은 반면 운동량은 줄어들면서 생긴 것이다. 덜 움직이고 더 먹어서다. 그런 면에서 살은 정직하다.

 

비만 환자가 늘면서 2015년 한 해 날린 돈이 9조1천506억원이다. 음주ㆍ흡연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맞먹는다. 비만은 흡연·음주만큼이나 성인병 위험도 높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21세기 신종 감염병’으로 규정했다. 단순히 뚱뚱하다는 의미를 넘어 ‘질병’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질병은 치료해야 한다. 살 빼기, 어떤 이는 처절하게 실천할 필요가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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