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가의 경제적 상황을 ‘빈익빈 부익부’라는 용어로 정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내막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나라의 중심을 받치는 상당수 국민들은 ‘중산층’이라는 카테고리에 포진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중산층이 얼마만큼 든든하게 실물 경제를 책임지냐에 따라 한 나라의 경제가 한순간에 몰락할 수도, 꾸준히 성장할 수도 있기에 그 역할론이 막중해지는 요즘이다. 그런데 그 중산층이 대한민국에서 사라지고 있다.
▶지난 1997년 IMF 사태가 터졌을 당시, 대한민국이 빠른 속도로 위기를 돌파한 이면에는 중산층이 들고 나온 금붙이와 십시일반 모은 성금이 상당한 역할을 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이 땅에 IMF 사태가 터진다면, 그때와 같은 상황이 다시 연출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 대한민국 중산층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는 이미 1천400조를 넘어서 직장인 상당수의 월급은 은행대출로 빠지기 일쑤이고, 치솟는 물가를 따라 가는 것 조차 버거운 현상이 생겨나며 스스로 중산층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골을 넣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공격수(부익부)와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지만 공로를 인정받지 못하는 골키퍼(빈익빈)만으로 축구를 할 수 없다. 결국 감독이 어떻게 허리진(중산층)을 강화하느냐에 따라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에서 성과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역시 사라져 가고 있는 중산층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글로벌 경제라는 경연장에서 조별 예선 탈락(국가파산ㆍstate bankruptcy)이라는 고배를 들 것이다. 축구든 나라든 감독의 역할이 중요한 요즘이다.
김규태 사회부 차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