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중산층이 사라진다

김규태 사회부 차장 kk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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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요즘 대한민국 축구가 위기라는 말들을 하곤 한다. 심지어 인터넷 상에서 일부 네티즌들은 지난해 아시아 최종예선을 어렵게 통과했을 당시 러시아행 티켓을 유럽이나 아프리카 탈락 국가에게 넘겨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헝그리 시절 한국 축구가 강조하던 ‘정신력’도, 거스 히딩크 감독이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위해 만든 ‘체력’도 모두 사라졌다면서 말이다. 축구는 ‘허리’가 중요한 운동이다. 프레싱(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 골을 넣기 위한 키(Key) 패스 등 축구의 시작과 끝은 모두 미스필더라고 부르는 허리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결국 오는 6월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축구의 성패 여부도 허리진이 어떻게 움직이냐에 달려 있다.

▶한 국가의 경제적 상황을 ‘빈익빈 부익부’라는 용어로 정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내막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나라의 중심을 받치는 상당수 국민들은 ‘중산층’이라는 카테고리에 포진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중산층이 얼마만큼 든든하게 실물 경제를 책임지냐에 따라 한 나라의 경제가 한순간에 몰락할 수도, 꾸준히 성장할 수도 있기에 그 역할론이 막중해지는 요즘이다. 그런데 그 중산층이 대한민국에서 사라지고 있다.

 

▶지난 1997년 IMF 사태가 터졌을 당시, 대한민국이 빠른 속도로 위기를 돌파한 이면에는 중산층이 들고 나온 금붙이와 십시일반 모은 성금이 상당한 역할을 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이 땅에 IMF 사태가 터진다면, 그때와 같은 상황이 다시 연출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 대한민국 중산층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는 이미 1천400조를 넘어서 직장인 상당수의 월급은 은행대출로 빠지기 일쑤이고, 치솟는 물가를 따라 가는 것 조차 버거운 현상이 생겨나며 스스로 중산층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골을 넣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공격수(부익부)와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지만 공로를 인정받지 못하는 골키퍼(빈익빈)만으로 축구를 할 수 없다. 결국 감독이 어떻게 허리진(중산층)을 강화하느냐에 따라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에서 성과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역시 사라져 가고 있는 중산층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글로벌 경제라는 경연장에서 조별 예선 탈락(국가파산ㆍstate bankruptcy)이라는 고배를 들 것이다. 축구든 나라든 감독의 역할이 중요한 요즘이다.

김규태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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