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일확천금의 꿈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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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확천금(一攫千金)은 한 번에 천금을 얻는다는 뜻이다. ‘천(千)’이란 숫자는 단순히 1000을 말하는 게 아니라 아주 큰 숫자를 의미한다. 천릿길 하면 대단히 먼 길을 뜻하고, 천추(千秋) 하면 천 번의 가을, 즉 오랜 세월을 의미한다. 천금(千金) 역시 큰 재산을 가리킨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 단 한 번에 큰 돈을 버는 일확천금을 통해 인생 역전을 기대한다. 요즘 우리 사회가 ‘인생 역전’을 희망하는 투기 열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로또복권이 예전의 인기를 되찾고 여기에 가상화폐까지 더해지는 양상이다.

 

지난해 로또복권이 하루 평균 104억 원어치 팔려 판매량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나눔로또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로또복권 판매액은 약 3조7천948억 원(추첨일 기준)으로 추산된다. 한 게임에 1천 원임을 고려하면 판매량은 37억9천여 게임이다. 작년 통계청 추정 인구(5천144만명)로 판매량을 나눠보면, 한국인 1명당 로또를 74번 샀다는 계산이 나온다.

 

2002년 하반기부터 판매를 시작한 로또는 2003년 ‘광풍’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폭발적 인기였다. 2003년 4월12일엔 당첨금 이월로 1등 당첨자 한 명이 사상 최대 당첨금인 407억2천만 원을 차지했다. 2월엔 무려 835억9천만 원을 13명이 나눠 가지면서 사재기 열풍이 불기도 했다. 게임당 가격을 2천 원에서 1천원으로 내리면서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경기 회복세가 지연되면서 로또 연간 판매량은 2014년 3조원대 회복 후 꾸준히 증가세다. 복권은 경기가 나쁠수록 소비가 늘어나는 대표적인 ‘불황형 상품’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가상화폐가 새로운 로또로 등극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해 떼돈 벌었다는 소문이 인터넷과 SNS을 타고 확산됐다.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엔 가상화폐 투자로 540억 원을 벌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투기 열풍은 가상화폐 거래소가 늘어나고 투자할 수 있는 가상화폐도 확대됨에 따라 과열 양상이다.

온종일 가상화폐 시세만 들여다보는 ‘비트코인 좀비’까지 등장했다. 가상화폐 투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앱 분석업체에 따르면 비트코인 앱 이용자 연령층은 30대가 32.7%로 가장 많고 이어 20대(24.0%), 50대(15.8%) 순이다. 미성년자는 가상화폐 투자가 금지돼 있지만 10대도 6.5%나 됐다.

 

일확천금의 꿈은 현실의 불안에서 나온다. 취업이 안되고 직장이 안정적이지 못할 때 로또, 주식, 가상화폐가 유혹처럼 등장한다. 기댈 건 로또, 가상화폐 밖에 없다는 식으로, 여기에 몰두하는 사회가 심히 걱정스럽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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