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코인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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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어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식사를 하는데, 유독 얼굴이 어두워 보이는 친구가 있어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대학생인 자식 때문에 요즘 너무 힘들다고 하는 것이었는데, 사연인 즉 하루에도 몇 번씩 냉·온탕을 오가는 심리상태의 딸이 걱정되어 유심히 지켜보니, 시도 때도 없이 휴대폰을 확인하고, 얼굴이 밝았다가 어두워지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처음엔 연애를 하는가 싶었는데 아닌 것 같아 물어보니 작년 친구와 함께

가상화폐를 구입하였고 며칠 만에 많은 돈을 벌자 친구들에게 고리로 돈을 빌려 추가로 사고팔고를 반복하였으며 결국 상당한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친구는 아직도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딸의 가상화폐 매매를 보고 뭐라고 하였는지 물어보니 “내가 네게 돈을 벌어오라고 하였냐?”며 크게 화를 내었고, 이후 며칠째 냉전 중이라는 것이다.

 

금전적 손해도 문제지만 딸과 거리가 너무 멀어져 버린 것이 제일 속이 상한다는 친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작년 나와 함께 나는 꽃이라는 자서전을 쓰며 자신의 인생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딸의 출생을 꼽았던 친구이기 때문이다. 커피숍으로 옮겨 본의 아닌 상담이 진행되었다.

 

우선 딸이 투자하게 된 것이 본인만을 위한 것일지 가족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행동일 것인지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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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보니 돈을 번다면 아이의 성품상 가족과 함께 나누었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소규모 건축업을 했던 친구에게 자네도 부도 몇 번 맞았던 것 같은데, 맞느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하였다. 딸이 투자에 실패한 금액과 자신이 부도났을 때 금액을 비교해보면 코웃음 칠 만큼 적은 금액이라고도 하였다.

 

친구에게 부도났을 때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금액의 다소는 있지만 딸도 비슷한 마음임을 알아차리게 했다. 그리고 그때 친구가 받고 싶었던 위로와 격려가 지금 딸에게 필요할 것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집으로 돌아간 친구는 딸에게 진심을 담은 사과와 함께 친구들에게 빌린 돈과 손해난 금액을 모두 해결해주겠다고 했으며, 딸은 자신이 해야 할 일만 하겠다는 약속도 받았다며 진심으로 고맙다고 전해왔다.

 

2009년부터 시작된 비트코인은 2011년만 해도 1달러 수준에 머물렀으나 현재는 수천 만원을 호가하고 있으며 다양한 가상화폐까지 생겨나 거래되고 있다. 혹자는 17세기 네덜란드 튤립버블의 21세기형 글로벌 버전이라고도 하는데, 하루에도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등락폭의 종말은 천국처럼 보일지라도 지옥임을 알아차려야 할 것이다.

 

조상윤 국제사이버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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