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정치인 팬클럽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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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클럽은 연예인들만 있는 게 아니다. 요즘은 ‘정치인 팬클럽’이 극성이다. 정치인 팬클럽은 21세기 한국정치의 대표 아이콘이 됐다. 정치인의 역량이 클수록 이름값만큼 큰 규모의 팬클럽이 움직인다.

 

정치인 팬클럽의 원조는 2000년 6월 결성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전에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산악회’와 ‘새시대새정치연합청년회(연청)’가 있긴 했지만 정당의 개입없는 순수 대중 기반 팬클럽은 노사모가 처음이다. 

노사모는 당내 지지 기반이 약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정되는 과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소액 후원금을 내는 희망돼지 저금통, 노란 목도리와 노란 풍선 등으로 ‘노무현’이란 정치인을 알리는데 적극 나서며 이변을 일으켰다.

 

2004년에는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등장하며 세를 과시했다. 박사모는 노년층의 박정희 향수를 등에 업고 세를 키워 나중에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이외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명박사랑’,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안사모’,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창사랑’ 등 대선에 출마했던 정치인의 팬클럽 활동이 두드러졌다.

 

6ㆍ13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경기지사 선거를 앞두고 도내에서도 정치인 팬클럽 경쟁이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안산 상록갑)의 팬클럽은 ‘문전성시(문재인과 전해철의 성공시대)’다. 전 의원이 친문(친 문재인) 핵심 멤버로 알려지면서 문 대통령 팬클럽인 ‘문팬’도 가세한다는 보도다.

 

같은 당 이재명 성남시장은 대선주자를 거치며 인지도가 높아져 ‘재명 투게더’, ‘내가 이재명이다’, ‘희망 바이러스’ 등 여러 팬클럽이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선 때 지지했던 ‘손가락혁명군’(손가혁)’도 다시 나설 전망이다.

 

같은 당 양기대 광명시장의 서포터즈 ‘기대심리’도 페이스북 팬페이지 운영을 통해 본격 활동에 나섰다. 이들은 ‘광명동굴의 기적’을 비롯해 KTX광명역세권에 이케아·코스트코 같은 대형 유통점 유치 등의 시정 성과를 부각시키며 양 시장을 응원하고 있다.

 

최근 자유한국당으로 다시 복귀한 남경필 경기지사 팬클럽인 ‘남사모(남경필을 사랑하는 모임)’도 세 확장에 나선다. 남사모는 경기지역에 25개 지회, 3천여 명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데 남 지사 재선 성공을 목표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정치인들에게 팬클럽은 가장 든든한 후원군이다. 자신감의 원천이기도 하다. 하지만 선거가 다가올수록 기싸움이 치열해지고 과열경쟁을 벌이면서 볼썽사나운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번 선거에선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싶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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