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지방 선거를 달굴 게 확실시되는 소재가 있다. 지자체 부채 감소를 둘러싼 적정성 논란이다. 8년 전 출범한 민선 5기는 부채를 화두 삼아 출발했다. 민선 3기와 4기는 한나라당이 장악한 지방정부였다. 8년 만에 지방 정부를 장악한 민주당이 한나라당 지방정부 8년을 방만 경영으로 몰아붙였다. 그중에 이재명 성남 시장의 ‘모라토리엄’ 선언이 있다. 화성시, 용인시 등도 텅 빈 시 금고를 내보이며 위기의식을 부추겼다.
그런 민선 5기 시장들의 상당수가 연임했고, 지금의 민선 6기를 이끌고 있다. 이들이 이번에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 첫 번째 치적도 부채청산이다. 이미 ‘채무 제로’를 선언하는 다양한 이벤트는 민선 6기 자치단체장들의 단골 이벤트가 돼 있다.
하지만, 민선 7기 선거가 임박하면서 또 다른 형태의 부채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를테면 의정부시의 예다. 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가 채무 제로의 부당성을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의정부 경전철을 파산시키면서 만든 부채 감소 장부는 아무 의미 없다고 공격한다. 또 너도나도 자랑하는 ‘채무 제로’야말로 행정의 미래를 갉아먹는 무책임한 행정이라며 맹공을 펴고 있다. 있을법한 비난이고 의미 있는 논쟁이다.
그런데 인천 정가에 부는 부채 논란은 이것과 다르다. 광역시답지 않게 단조롭기 그지없다. 먼저 불을 지핀 건 시장 출마가 예상되는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이다. 유정복 시장이 치적으로 삼고 있는 부채 감소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의정 보고회에서 “시가 부채 도시에서 부자 도시가 됐다고 하는 것은 시민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지금 정도의 부채 감소는 누구나 할 수 있고, 더 했어야 한다”며 공격했다.
그러자 유 시장이 발끈하고 나섰다. 자신의 SNS를 통해 “3년 반 동안 공직자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300만 시민의 헌신과 인대로 일궈낸 재정건전화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은 공직자와 시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반박했다. 자유한국당 인천시당도 21일 성명을 발표하며 가세했는데 내용은 비슷하다. 지금 인천 지역정가에 이는 부채 논쟁은 한 마디로 ‘나도 할 수 있다’는 공격과 ‘너는 못한다’는 반격이다.
참으로 단순하다. 재무 건전성 평가는 채무 비율만으로 말할 수 없다. 채무 제로의 적정성 역시 미래 투자에 대한 평가가 감안돼야 한다. 이런 문제를 두고 ‘많이 줄였다’느니 ‘더 줄여야 한다’느니 싸우는 모습이 여간 실망스럽지 않다. 유 시장과 박 의원 모두 행정적 경험과 전문적 식견이 남다른 정치인들이다. 어쩌면 이들 가운데 한 명이 민선 7기 인천시를 이끌어야 할 수도 있다. 격(格)에 맞은 논쟁을 벌여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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