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개봉했던 ‘보스 베이비’라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있다. 영화 속 주인공 보스 베이비가 특별한 임무를 수행한다. 아기들의 설 자리를 위협하는 애완견 주식회사의 음모를 알아내 애완견한테 빼앗긴 사람들의 사랑을 아기들에게 되돌리는 것이다. 영화는 아기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이 사라지는 세태를 재미있게 보여준다. 애니메이션 특유의 엉뚱한 상상력이 반영된 영화는 보스 베이비가 위기를 극복하고 미션을 완료하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영화 속 보스 베이비의 고민이 현실화되고 있다. 저출산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인구동향을 보면 지난해 11월 출생아 수는 1년 전보다 11.2% 감소한 2만7천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2000년 월간 통계작성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태어난 아이 수는 33만3천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만5천900명이 감소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이면 연간 출생아 수가 사상 처음으로 40만명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결혼하는 건수도 같은 기간 3.1%(800건) 감소한 2만4천600건을 기록해 향후 출산율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다.
▶정부가 최근 저출산 대책의 기조를 대대적으로 수정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부처별 관련 사업을 나열하는 ‘백화점식’으로 진행됐던 저출산 사업을 고용·주거, 임신·출산 지원, 보육·교육부담 완화로 이어지는 생애단계별 핵심 사업 위주로 지원한다는 것이 골자다. 정부 외에도 지방자치단체들도 다양한 저출산 극복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정부 대책의 성과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결혼 적령기의 남ㆍ여 중 결혼을 기피하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고, 결혼을 했더라도 아이 낳는 것에 주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도적으로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환경 조성과 함께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당연하고 행복한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 확산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정부 저출산 대책이 실효를 거둬 영화 속 보스 베이비가 미션을 완수하듯 해피엔딩이 되길 기대해 본다.
이선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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