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 최초로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 준결승에 진출한 정현이 흘린 땀방울에 대한민국이 열광하고 있다.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남북 단일팀으로 구성되면서 야기된 올림픽 논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리 의혹,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 각종 어지러운 뉴스들로 도배되고 있는 작금의 시점에, 정현의 활약은 국민들에게 사이다 같은 선물이다.
이를 반영하듯 정현이 지난 24일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8강전에서 승리해 4강에 진출하며 주요 포털사이트의 검색순위 1~10위를 휩쓸었다. ‘정현 4강’ ‘페더러’ ‘정현 인터뷰’ ‘테니스’ 등의 키워드다.
그 결과 나란히 실검 1·2위를 차지했던 ‘평화올림픽’과 ‘평양올림픽’을 순위권 밖으로 몰아냈다.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인 24일 평창동계올림픽을 놓고 남북 대화에 대한 상반된 두 입장을 대변하는 키워드도 밀려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정현에 열광할까. 유럽인의 전유물이자, 한국에선 비인기 종목인 테니스 선수인데….
한국인으로서 불가능하게만 여겨졌던 영역에 대한 도전정신, 당당하고 적극적인 모습, 솔직함과 재치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공정한 룰 안에서 구슬 같은 땀을 흘리는 노력으로 인해 얻은 결과물이라는 점이 가장 큰 요인일 듯하다.
올림픽 출전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죽기 살기로 노력하며 땀을 흘렸지만 정치적 판단이 개입(?)돼 그 의미가 퇴색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문제와는 상반되기에 더욱 반응이 뜨거운지도 모르겠다.
고등학생까지 가세해 ‘가즈아’라는 신조어를 외치며 24시간 가상화폐 시세만을 쳐다보고 있는 ‘한탕주의’ 투자자들에게 땀방울이 밑바탕이 된 정현의 성과가 경종을 울리길 바래본다.
한국 선수로는 전인미답의 길을 가고 있는 정현은 오늘 준결승에서 살아있는 테니스의 전설 로저 페더러와 운명의 일전을 갖는다. 또다시 신기원을 이뤄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국민들은 그 게임의 결과에 상관없이 잠시나마 현실의 복잡한 일들을 잊고, 즐길 것이다. 이미 정현을 통해서 너무 많은 선물을 받았기에….
이명관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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