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평창, 평화올림픽 vs 평양올림픽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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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네이버 등 주요 포털에서는 ‘평화올림픽’과 ‘평양올림픽’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 1, 2위를 다투는 ‘실검전쟁’이 벌어졌다. 이날은 문재인 대통령의 66번째 생일이자 취임 후 첫 생일이었다. 스스로 ‘문파(文派)’ 또는 ‘문팬’으로 칭하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생일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로 만들자’고 힘을 모아 이날 오전 ‘평화올림픽’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렸다.

그러자 문파와 문팬을 이른바 ‘문빠’라고 부르는 반대진영에서 ‘평화올림픽에 1위를 내줄 수 없다. 평양올림픽을 1위로 만들자’며 손가락 전쟁을 벌여 ‘평양올림픽’을 다시 검색 순위 1위에 올렸다. 정부가 북한에 너무 저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에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이날 오전 내내 양측 지지가가 모인 웹사이트와 카페 등에선 “화력이 부족하다. 2위로 밀렸다”는 글이 넘쳐났고, ‘평화올림픽’과 ‘평양올림픽’의 실검 순위는 엎치락뒤치락했다. 실시간 검색어 경쟁에 참여한 이들은 대부분 20·30대였다. 때아닌 ‘평화 대 평양’ 검색어 전쟁을 문 대통령 열성 지지자와 반대 세력의 유치한 싸움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우리사회의 극단적인 편가르기와 국론분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웃어넘길 일만은 아니다.

이처럼 남남 갈등이 온라인 공간에서 확산된 배경에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과 한반도기 사용 결정,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방남 의전 등을 둘러싼 정치권 충돌이 자리하고 있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북한 참가가 평창올림픽 성공과 한반도 긴장완화에 결정적 도움이 될 것이라며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르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평창올림픽이 북한 체제를 선전하고 북핵을 기정사실로 하려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평양올림픽’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평창올림픽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 삼수 끝에 어렵게 따낸 올림픽이고,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대한민국 땅에서 열리는 지구촌 축제다.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국민적 역량을 모아도 모자랄 때 집안싸움에 빠져 있는 상황이라니 심히 우려스럽다. 북한은 평창올림픽을 체제 결속과 핵보유국 지위를 얻는 데 활용하려는 속셈을 드러내며 남남갈등을 유도하고 있는데 여기에 말려드는 모습이다.

‘평화ㆍ평양’ 검색어 전쟁에 평창은 사라졌다. 관심 뒷전이다. 이런 사태가 오기까지 정치인들의 책임이 큰 만큼 올림픽의 정치적 이용을 자제해야 한다. 지금은 2월9일 개막하는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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