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대통령과 예술인

홀 로타 러브(Whole Lotta Love)는 시끄러운 노래다. 무대 위 보컬의 샤우팅이 괴성에 가깝다. 원조 보컬, 로버트 플랜트가 대견스럽게 보고 있다. 천국으로 가는 계단(Stairway to heaven)은 웅장한 노래다. 4명이 함께 연주하는 기타 소리가 감미롭다. 원조 기타리스트, 지미 페이지가 미소지며 바라보고 있다. 미국의 케네디 센터에서 진행된 헌정 공연-Kennedy Center Honour-이다. 2012년 주인공은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이었다. ▶‘케네디 센터 아너’는 미국의 행사다. 미국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예술인에게 주는 명예상이다. 밴드 이글스(Eagles), 영화배우 알파치노(Al Pacino),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Martha Argerich) 등 많은 예술인이 수상했다. 국적(國籍), 인종(人種), 이념(理念)을 따지지 않는다. 레드 제플린은 영국 출신이다. 그래도 선정됐고 워싱턴 DC 한복판에서 헌정 공연을 받았다. 이런 미국의 포용력이 ‘케네디 센터 아너’를 최고로 만들었다. ▶이 상에 명예를 더해주는 관례가 있다. 헌정 공연장에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다. 오바마는 특히 그랬다.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예술가들도 그런 모습에 익숙했다. 2016년 마지막 참석 때 사회자 스티븐 콜트가 감사를 표했다. 관중석의 박수에 오바마가 일어서자 “미셸을 지칭한 건데 당신이 왜 일어나느냐”고 해 모두를 웃겼다. 오바마는 “예술은 미국인의 삶의 중심에 항상 있었고, 백악관의 삶 일부분이기도 했다”는 인사말을 남겼다.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에 대한 선고가 있었다. 특정 문화ㆍ예술계 인사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데 대한 처벌이다. 법원이 관련자 모두에게 유죄를 내렸다. 판시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문화의 옳고 그름이란 있을 수 없다. 정부가 자신과 다른 견해를 차별대우하는 순간 전체주의로 흐른다.” 박 전 대통령의 잘못도 지적했다. “좌 편향된 문예계를 바로잡겠다는 인식이 (대통령에게) 있었고 이로 인해 정책기조가 형성됐다.” ▶미국 예술계는 국적도 안 묻는데, 우리 예술계는 사상까지 따져 묻는다. 우리 예술계가 대통령 선거에 뛰어들면서 이렇게 됐고, 우리 대통령 선거가 예술계를 끌어들이면서 이렇게 됐다. 전직 비서실장과 장관이 감옥에 가면서 그게 ‘나쁜 짓’이라고 결론났다. 그랬으면 좀 나아져야 할 텐데. 지금은 나아졌을까. 위대한 그룹 이글스의 ‘Life In The Fast Lane’을 따라 부르던 객석의 대통령 부부. 미국엔 있고 우리엔 없는 모습이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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