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20대 젊은이들 사이에 ‘쓸모없는 선물 교환’이 유행이다. 상대가 좋아하거나 필요한 것을 고르는 대신 최대한 ‘쓸데없는 것’을 찾는다고 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주차금지 표시판, 구멍난 고무장갑, 보도블럭 등 자신이 받은 ‘쓸모없는 선물’ 사진들이 줄줄이 올라와있다.
지난달 1일 유튜브엔 ‘남자 셋이 쓸모없는 선물 교환하기’라는 영상이 올려져 50만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영상에는 고급 신발 브랜드 상자 안에 짚신을 넣어 선물하거나, 건강을 챙기라며 점토로 만든 과일을 주는 모습이 담겼다.
‘쓸모없는 선물 교환하기’는 몇 년 전부터 일부 모임이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지난 연말 연시 누리꾼들이 SNS에 적극적으로 사진을 공유하면서 확산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쓸모없는 선물로 무엇이 좋으냐’는 질문 글만 400여 건 넘게 게시됐고, 누리꾼들은 인공잔디, 목탁, 마네킹 발 등 갖가지 기발한 물건들을 추천했다.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구매처도 공유됐다.
이런 청년세대를 스스로 ‘무민세대’라고 부른다. ‘무민’은 없다는 뜻의 무(無)와 영어로 의미를 일컫는 민(Mean)을 합친 말이다. 바쁘게 경쟁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찾아 나서던 20대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무의미한 것들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훌륭한 사람이 되자는 강박을 내려놓고, 의미 없어도 되니 홀가분한 일상을 살겠다며 ‘무자극, 무맥락, 무위(無爲) 휴식’을 꿈꾼다.
무민세대는 상대가 좋아할 선물을 고르는 과정 자체가 스트레스라고 생각해 상대에게 의미 없는 선물을 한다. 쉴 때도 의미를 찾지 않고 생각하지 않는다. 파도 치는 장면, 어항 속 물고기가 노는 장면, 모닥불이 타오르는 모습 등 의미 없는 지루한 유튜브 채널을 보는 식이다. 무자극 영상을 보며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 보면 긴장이 풀린다고 한다. 이들은 맛집을 찾아다니거나 여행을 하지도 않는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들이 받고 있는 사회적 압박이 자조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분석하지만, 이는 팍팍한 일상 속에서 어떻게든 여유를 가지려는 젊은이들만의 삶의 방식이다. 무민세대는 의미 없음이 아니라 무의미에서 끊임없이 의미를 찾는 세대다.
“우리는 이제 이 세상을 뒤엎을 수도 없고, 한심하게 굴러가는 걸 막을 도리도 없다는 걸 오래전에 깨달았어. 저항할 수 있는 길은 딱 하나, 세상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것 뿐이지” 체코 소설가 밀란 쿤데라의 말이다. 무의미를 추구하는 무민세대와 어딘가 닮아있다는 생각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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