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의 화장은 이제 새삼스럽지 않다. 성별을 가리지 않고 초등학생까지 보편화됐다. 메이크업이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색깔 있는 립밤이나 틴트, 피부 색조를 보정해주는 비비크림 등으로 가볍게 메이크업하는 남학생까지 늘었다. 미디어를 통해 남성 아이돌의 메이크업이 노출되면서 화장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진 것이다. 10대에게 화장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 ‘안 하면 부끄러운 것’이 됐다.
녹색소비자연대의 2016년 청소년 화장품 사용 실태조사를 보면, 초등학생 24.2%, 중학생 52.1%, 고등학생 68.9%가 눈 화장이나 입술 화장 등의 색조화장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매일 색조화장을 한다는 비율도 초등학생 12.1%, 중학생 42.9%, 고등학생 32.3%로 나타났다. 극소수의 불량스러운 학생들만 화장을 한다는 기성세대의 생각이 틀렸다.
어린이용 화장품 판매도 크게 늘고 있다. 기존 스킨케어 제품 외에 립스틱, 매니큐어 등 색조제품까지 품목이 확대되고 있다. 인터넷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지난해 어린이용 화장품 매출은 2016년보다 29%가 증가했다. 2015년에는 전년대비 94% 증가한데 이어 2016년에는 251%가 늘어나는 등 계속 성장세다.
교사들은 10대 사회에서 화장은 꼭 해야 하는 기본값이 됐다고 말한다. 일부 학교에선 화장을 금지하고 벌점을 주기도 하지만 별 소용없다. 아이들이 ‘화장을 안 하면 창피해서 밖에 나갈 수 없다’고 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의 제재가 유명무실해 차라리 화장을 허용하는게 낫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어른들의 우려와 달리 화장하는 10대의 주장은 당당하다. 화장은 개성의 표현이고 이뻐지고 싶은 욕구는 당연하다는 것이다. 잘 보이고 싶고 이뻐지고 싶은 욕구 자체를 나쁘게 볼 수는 없다. 다만 화장하고 싶지 않은데도 타인의 시선 때문에 화장을 한다면 이는 강박이다. 자신의 개성을 무시하고 유행을 좇아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 화장을 하는 것에 대해 차라리 조언이 필요하다.
화장하는 아이들이 늘고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화장품 안전성이 논란이다. 어린이용 화장품에 대한 성분과 표시기준 등이 없어 안전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어린이용 화장품에 대한 관리 강화방안을 마련해 7월부터 시행 방침이라고 5일 밝혔다. 알레르기 유발성분이 들어 있으면 겉면에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하고, 발암논란이 있는 타르색소 등은 사용이 금지된다. 10대들의 화장에 대한 찬반 논란보다 화장품 안전성을 강화하고,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관을 키워주는 일이 필요해 보인다.
이연섭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