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는 장미란이 있었다. 언론은 그의 역도 금메달이 확실하다고 점쳤다. 하지만 실패했다. 바벨에 작별 인사를 한 뒤 내려왔다. 울먹이는 인터뷰는 처음부터 끝까지 국민 걱정이었다. “(결과가) 국민에게 실망을 드렸을까 봐 그게 가장 염려가 돼요.” 몸 상태가 이미 좋지 않았음도 고백했다. “준비하기 전부터 어려움은 있었고…사실 연습 때보다는 잘했어요.” 장미란은 그렇게 올림픽 2연패 실패를 국민 앞에 사과했다. ▶2014 소치 동계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는 김연아가 있었다. 언론은 ‘피겨여왕의 2연패 대관식 준비 끝’이라고 썼다. 하지만 은메달에 머물렀다. 편파 판정 논란 속에 인터뷰를 했다. “쇼트 롱 프로그램 모두 실수 없이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돼서 기분 좋고 홀가분합니다…저는 아무 미련도 없고 끝이 났으니까 그걸로 그냥 끝이라고 생각합니다…끝났다는 게 만족스럽습니다.” 김연아는 그렇게 올림픽 2연패 실패를 부담으로부터의 해방으로 여겼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장미란도 못했고, 김연아도 못한 기록에 도전하는 선수가 있다.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 이상화다.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여자 선수로는 첫 스피드 스케이팅 금메달이다. 4년 뒤 2014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또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리고 4년을 연습했고 또 얼음판에 선다. 올림픽 3연패 도전이다. 장미란ㆍ김연아 때처럼 또 국내 언론이 군불을 지핀다. ‘빙상 여제, 3연패 등극 준비 끝.’ ▶그런데 외신의 전망은 다르다. 이상화의 우승을 점치지 않는다. 미국 스포츠 주간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이상화의 은메달을 예상했다. ‘두 차례 올림픽을 제패한 챔피언 이상화가 세리머니를 멈출 만 29세에 접어들었다’고 평했다. 1989년생이다. 순간 근력에 의존하는 이 종목에서는 거의 ‘환갑’이다. 경쟁자인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를 근래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SI 분석이 현실일 수 있다. 이상화에겐 왕관을 넘겨주는 올림픽일 수도 있다. ▶장미란은 교통사고 후유증을 겪었다. 연습 때부터 이미 메달을 딸 수 없음을 알았다고 했다. 김연아도 부상에 시달렸다. 허리를 젖히는 동작 때마다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3연패에 도전하는 이상화다. 체력적 한계에서 오는 고통이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다만, 장미란이 그랬고, 김연아가 그랬던 것처럼 아무 말없이 출전일을 기다리는 것일 게다. 그 짐이 얼마나 무겁겠는가. 그의 도전은 그래서 위대하다. ‘이상화 감동’은 이미 완성됐다. 함께 응원하며 행복해지면 된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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