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비트코인과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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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그 이름도 생소한 비트코인이 화두다. 일부 전문가들은 고도의 집약된 기술이자 가치이며 화폐로서 기능이 있다고 주장하고 일부 전문가들은 실체가 불분명하며 지나치게 과열된 투기라고 주장한다. 경제학적 지식이 부족한 필자는 비트코인에 대해 미래가치인지 투기인지 구별하기가 어렵다. 다만 일선 현장에서 비트코인과 관련하여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을 보며 비트코인의 중독적인 면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한다.

 

두통으로 병원을 다니던 20대 후반 남성이 비트코인에 500만 원을 투자했다가 3천만 원을 벌었다며 뿌듯해했다. 그는 비트코인으로 큰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부풀었고 거의 하루 종일 비트코인 관련 정보를 보느라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최근 시세가 떨어지며 그의 투자액은 1천만 원 정도로 가치가 줄었다. 원금보다는 여전히 이득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돈 2천만 원이 날아갔다며 분개하고 심지어는 우울해했다.

 

이 환자의 비트코인 투자는 아직 병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장차 그렇게 진행할 가능성이 있어 염려가 된다. 일반적으로 도박에 빠지는 것과 비슷한 경로를 보이기 때문이다. 보통 도박중독은 4개의 단계로 이루어진다. 돈을 따는 게 첫 단계이며 점차 돈을 잃게 되는 게 두 번째 단계다. 가산을 탕진하고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거짓으로 돈을 빌리는 게 세 번째 단계이고 완전히 몰락하여 재기가 불가능한 것이 네 번째 단계다. 평균 15년 정도의 경과의 끝은 흔히 노숙자, 매춘부 아니면 자살이다.

 

비트코인은 투자자를 보호하지 않고 상하한선도 없기 때문에 크게 오를 수도 있지만 가치가 0이 되어 버릴 수도 있어 위험성이 훨씬 높으며 그러기에 도박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상황은 초반에 돈을 따고 점차 위험성이 증가하여 돈을 잃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두 번째 단계다. 일부 사람들은 이를 만회하려고 무리하게 자산을 정리하거나 주변에서 돈을 빌리는 등 세 번째 단계로 넘어갔다.

 

도박에서 헤어나기 어려운 이유는 도박이 주는 엄청난 쾌감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명 ‘보상회로’라는 시스템이 작용하여 도박에게 이길 때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과량으로 분출되며 이후 뇌는 극도의 쾌감을 추구하고 일반적인 자극에는 반응하지 않게 된다. 비트코인 투자시 점점 더 큰 돈을 추구하게 되고 일상생활이나 업무가 재미가 없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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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투자가 도박이라는 뜻이 아니지만 노파심에서 도박이 되지 않도록 당부하고 싶다. 첫째, 반드시 돈을 버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올인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잃어도 견딜 수 있는 액수로 투자를 해야 비극을 막을 수 있다.

비트코인으로 돈을 버는 사람은 비트코인 제조자나 초기 투자자이며 후반으로 갈수록 돈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염두에 두기 바란다. 두 번째, 벌써 3단계 이상 진행했다면 이미 중독 상태가 의심되는데 이 경우 비트코인 이외에 다른 것에 빠지라고 권하고 싶다.

예를 들어 스포츠, 동호회, 예술, 음식, 종교, 봉사활동, 명상, 친구, 강좌 같은 것에 빠지다 보면 벗어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끝으로 우리 사회에 당부하고 싶다. 비트코인 광풍은 아무리 노력해도 결혼도 어렵고 내집 마련도 어려운 젊은 세대의 절규라는 것을 깨닫고 건전한 노력만으로도 살만한 세상을 되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동근 마마라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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