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까지 ‘첩첩산중’… 美 설득에 달렸다

北, 김정은 친서·북한 방문 요청… 남북관계 개선 의지
美 “비핵화 없으면 대화 없다” 강경기조… 협조 불투명

▲ 北예술단 공연 함께 보는 文 대통령•김여정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대표단과 함께 관람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문 대통령, 김정숙 여사. 연합뉴스
北예술단 공연 함께 보는 文 대통령·김여정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대표단과 함께 관람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문 대통령, 김정숙 여사.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제안한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이 유례없이 빠를 속도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 역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맞아 청와대를 예방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자신의 오빠인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의 친서를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면서 평양 방문을 구두로 요청했다.

 

북한이 사실상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이뤄진 남북 간 대화 분위기가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면 한반도의 전쟁 위기는 반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지기는 그 여정이 순탄치 않다. 현재 이어지고 있는 북핵 위기가 단순히 남북 간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 미사일 실험 등에 따른 국제적인 대북 제재 공조가 이뤄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미국의 협조가 없을 경우 문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남북관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 대통령과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지난 10일 청와대 접견·오찬의 최대 화제는 남북정상회담이었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알려진 것과 달리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한해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친서의 주요 내용은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정상회담 조기 개최 요구였다.

 

이 자리에서 김여정 특사는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빠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하신 시간에 북을 방문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키자”고 화답했다. ‘여건을 만들어서’라는 전제가 붙기는 했지만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방점을 찍은듯한 모습이다.

문제는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해빙무드에 접어들었지만 한반도 지형은 여전히 휴화산 상태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재개되거나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둘러싼 북미간 갈등이 고조될 경우 상황은 순식간에 평창 이전의 팽팽한 대치상황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또한 미국의 군사적 행동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마디로 남북정상회담 성사까지는 첩첩산중이다. 최대 관건은 역시 미국을 설득하는 일이다. 이는 최소한 북미대화가 재개돼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또다른 전기가 마련돼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남북정상회담 성사의 최대 키는 미국이 쥐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공언하면서 미국의 양보를 촉구한 반면 미국 측은 비핵화 없이는 대화도 없다는 강경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향후 당국은 북한의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에 따른 한미 간에 이와 관련된 긴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평창 올림픽 이후 남북 관계가 일촉즉발의 긴장에서 벗어나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높다.

 

강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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