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부터 설 연휴가 시작된다. 가족ㆍ친지들이 모여 즐거워야 할 설 명절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떤 가족에겐 그동안 쌓였던 불만이 폭발하는 계기가 된다. 평소 갈등이 생겼을 때 대화로 풀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신체적ㆍ정신적 스트레스가 쌓여있는 명절에 묵은 감정들이 폭발한다. 명절을 지내고 사이가 극도로 나빠지는 부부들도 많다. 시가 및 처가와의 갈등이 불화의 원인이 되고, 깊어진 갈등의 골은 이혼으로 이어져 ‘명절 이혼’이란 말까지 생겼다.
이혼이 아니더라도 명절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주부들은 여성에게 집중되는 가사 노동과 이로 인한 피로감, 고부갈등 등으로 고통스러워 한다. 남편들은 장시간 운전에 처가와의 갈등, 경제적 부담 등으로 힘겨워한다. 취업준비생이나 결혼 못한 젊은이들도 명절이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최근 성인남녀 1천959명을 대상으로 ‘명절 스트레스’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6.3%가 “설을 앞두고 명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이유는 직업에 따라 달랐다. 직장인들의 경우 ‘부담스러운 설 경비(명절 분위기를 내기에 부족한 상여금)’가 59.1%(복수응답)로 1위에 올랐다. 대학생·취준생들은 ‘취업에 대한 친척들의 잔소리’(45.2%)를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았다.
설 명절에 듣기 싫어하는 말 역시 직업별로 차이를 보였다. 대학생·취준생들은 ‘취업과 관련된 잔소리’(누구네 자녀는 어떤 회사 다닌다더라, 31.2%),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얘기다’(26.7%)에 거부감을 표했다. 직장인들은 ‘결혼은 언제 하니’(37.9%), ‘연봉은 얼마나 받니’(25.4%) 등을 듣기 싫어하는 말로 꼽았다. 그래서일까. 응답자의 35%가 올 설에 친지모임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명절 스트레스를 줄이려면 명절이 모두에게 즐거운 날은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말 조심을 해야 한다. 무심코 던진 말이 듣는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으므로 상대 입장을 배려해야 한다. ‘누구는 대기업에 취직했다더라’ ‘아직도 취직 못 했니’ ‘결혼은 언제 하니’ 등 별 생각없이 던지는 말들이 구직자나 미혼남녀에겐 큰 스트레스다. 만약, 가족 사이에 예전부터 갈등이 있었다면 명절 기간엔 되도록 이를 언급하지 말고 명절 이후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도록 미루는 게 현명하다.
명절엔 가족ㆍ친지끼리 좋았던 일이나 어려웠던 일을 같이 나누며, 비교나 걱정보다는 덕담을 해주는 것이 좋다. 명절 스트레스는 심리적 불안과 갈등 제거가 중요한 만큼 서로 이해하고 보듬는 마음가짐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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