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미운 사람 떡 하나 더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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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되고 3월 개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자료를 살펴보게 되었다. 자료를 정리하던 중 10여 년 전 강의에 활용했던 자료가 눈에 띄었는데 내용인즉, 미운 사람 죽이기라는 옛날이야기였는데 이것을 올해 나의 실천계획으로 정하기로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내용의 이야기이겠지만 함께 공유하고 싶어 정리해본다. 살다보면 정말 미운 사람이 있다. 특별히 내게 잘못을 한 것도 없는데 이상하게 정이 안 가는 사람. 정말 미운 이 사람 때문에 삶이 지옥처럼 고통스러운 경우 이런 때 필요한 비법.

 

옛날에 시어머니가 너무 고약하게 굴어서 정말이지 도저히 견딜 수가 없던 며느리가 있었다. 사사건건 트집과 야단을 쳐서 나중에는 시어머니 음성이나 얼굴을 생각만 해도 속이 답답하고 숨이 막힐 지경이라 시어머니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겠다는 위기의식까지 들게 되었다. 

이 며느리는 몰래 용한 무당을 찾아가 시어머니를 죽일 수 있는 비방을 처방받았는데, 무당은 시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인절미를 백일동안 하루도 빼놓지 말고 새로 만들어서 아침, 점심, 저녁으로 인절미를 해 드리면 백일 후에는 시어머니가 이름 모를 병에 걸려 죽을 것이라고 예언하자 며느리는 신이 나서 돌아와 정성껏 찹쌀을 씻고, 잘 익혀서 인절미를 만들어 제공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안 하던 짓을 왜 하는지 의아했지만 며느리는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인절미를 해 드렸다. 그렇게 보기 싫던 며느리가 매일 새로운 인절미를 해다 바치자 며느리에 대한 마음이 조금씩 달라지게 되었고 야단도 덜 치게 되었다. 

두 달이 넘어서자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이 되어 동네 사람들에게 해대던 며느리 욕을 거두고 반대로 침이 마르게 칭찬을 하게 되었다. 석 달이 다 되어 가면서 며느리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야단치기는커녕 칭찬하고, 웃는 낯으로 대해 주는 시어머니를 죽이려고 한 자신이 무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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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좋은 시어머니가 정말로 죽으면 어떡하나 덜컥 겁이 났다. 며느리는 있는 돈을 모두 싸들고 무당에게 달려가 “내가 잘못 생각했으니 시어머니가 죽지 않을 방도만 알려주면 있는 돈을 다 주겠다”며 무당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사정하였다. 무당은 빙긋이 웃으며 “미운 시어머니는 벌써 죽었지?”

 

우리가 의도치 않게 만나게 되는 불편한 상사나 동료를 죽이는 방법도 마찬가지 아닐까? 떡 한 개로는 어림도 없을 것이다. 적어도 며느리처럼 백 일 정도는 인절미를 해다 바치는 정성을 드려야 미운 사람은 죽게 될 것이다. 밥이나 차를 백 번 아닌 열 번만 사 주면 어떨까? 그 사람이 필요로 하는 물건이나 일을 내가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더불어 매일 칭찬할 일을 찾아 해준다면 어떨까? 인간관계에서 대부분의 경우 내가 싫어하면 상대방도 그 마음을 알아차려 관계가 어렵고 불편해지기 마련이다. 조상들은 이때 ‘미운 사람에게 떡 하나 더 준다’는 지혜를 발휘한 것은 아닐까? 2018년 진짜 설날이 이제 시작되었다. 올해부터는 내가 먼저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는 한 해가 되길 빌어본다.

 

조상윤 국제사이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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