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빛의 파노라마

▲ 제주 출생. 국문학 박사. 1999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당선. 2001년  신인상 수상. 시집  . 경기시인상 수상.
새떼들이 저무는 빛을 휘감고 날아든다

횡으로, 종으로 다시 횡으로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하늘의 살구 빛과 오렌지 빛이 섞인다

야트막한 산등성이가 무리되어 날아오고,

기울어진 등대가 되어 번져오고,

다시 어부들로 날개를 퍼득이며

생이 한꺼번에 안겨올 때가 있다

살구 빛이 사라지기 전에 어둠이 밀려오고

오렌지 빛이 채워지기 전에 태양이 죽어가고

물 위를 떠가는 그림자들, 어디론가

떼를 지어 가는 것들을 보면

근원을 찾아가는 비장함 같은 게 있다

말들이 뛰어다니던 야트막한 능선을 지나

바람이 숨바꼭질하던 소나무 숲을 지나

어둠 속에서 울음을 멈추지 않던 동굴

서쪽 하늘의 살구 빛과 오렌지 빛이 섞여서

새떼들이 날아오는 곳에 서 있다

하늘은 내 심장의 보랏빛이 더해져서

생을 비관하던 두 눈에 영롱하게 담긴다

 

박현솔

제주 출생. 국문학 박사. 1999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당선. 2001년 <현대시> 신인상 수상. 시집 <달의 영토><해바라기 신화>. 경기시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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