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화합의 상징인 올림픽 폐막일에 김영철 단장의 방남을 이유로 정치권은 물론 시민들도 엇갈린 반응으로 대한민국이 분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25일 정부 등에 따르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평창동계올림픽 폐막행사 참석을 위한 북측 고위급대표단이 25일 2박 3일 일정으로 방남했다. 그러나 김 단장이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상당수 시민들은 천안함 유족들에 대한 미안함 등을 이유로 김 단장의 방남을 반대하고 있다.
최건호씨(64)는 “천안함 유족들의 눈물이 마르지도 않았는데 천안함 사태의 주범인 김영철이 한국 땅을 밟는다는 것은 국민들의 자존심을 짓밟는 일”이라며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였던 평창동계올림픽이 한국의 굴욕적 모습으로 끝을 맺게 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취업준비생 황준범씨(29)는 “평화 통일과 대화 부분에서는 찬성하지만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꼽히는 김영철이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이러한 모습들은 천안함 유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수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평화올림픽’을 빙자해 천안함 유가족 및 북한에 의한 희생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한민국 테러배후자가 버젓이 한국 땅을 밟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또 다른 시민들은 보수세력의 갈등 부추기기가 평창동계올림픽의 마무리를 망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김 단장의 방남을 포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대학생 김재현씨(27)는 “천안함은 북한의 소행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번 김영철의 우리나라 방문은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북한의 대화까지 이끌어 낼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승덕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성남시협의회 회장은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려면 현 정부가 우리나라를 둘러싼 미국 등 강대국을 설득하는 작업에 나설 필요가 있는데 쉽지 않은 일인 만큼 남북이 지속적인 대화의 분위기를 이끌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안보문제와 평화가 겹치면서 국민의 갈등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도 너무 북한을 배려하는 듯한 인상을 주면 안되고, 북한도 과거에 있었던 사실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정민훈ㆍ김승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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