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새 학기 증후군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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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에게 ‘월요병’이란게 있다. 휴일이 끝나고 월요일이 되면 기분이 우울해지고 일하기 싫어지는 증세다. 주말에 흐트러진 생체리듬 때문에 원래 리듬으로 적응해 가는데 나타나는 신체적인 현상과, 주말 동안의 휴식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어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해야 한다는 심리적 긴장감으로 스트레스성 두통이나 피곤함, 우울함 등을 유발한다. 월요병은 정식 질병이 아닌 일종의 부정적 심리상태다. 영어로도 병, 질환, 증상, 증후라는 표현을 붙이지 않고 우울감 정도의 뜻을 가진 ‘먼데이 블루스(Monday blues)’라 한다.

 

직장인에게 월요병이 있다면, 아이들에게 ‘새 학기 증후군(new semester blues)’이 있다. 긴 겨울방학을 보낸 아이들이 새 학기를 맞아 학교에 갈 시기가 되면 감기가 쉽게 걸리고 두통이나 복통을 호소하며, 짜증을 부리거나 이상한 버릇을 반복한다. 두려움과 중압감이 스트레스로 작용해 정신 상태와 면역체계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이다.

 

매년 반복되는 새학기지만 처음 학교에 들어가는 어린이는 물론, 학년이 올라가는 어린이,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은 모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분주하다. 새 학년이 시작되는 3월이면 학부모들의 한숨 소리가 커진다. 책가방만 메면 배가 아프다며 화장실을 들락거리지만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 있게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해지기 때문이다. 두통, 수면 장애, 소화 불량을 호소하거나 눈을 반복적으로 깜빡이는 틱 증후군을 보이기도 한다. 틱 장애는 매년 3월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새 학기 증후군은 수줍음이 많고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들이 자주 호소한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수업시간이 많아지고 교과목의 난이도가 높아지는 것도 새 학기 증후군과 관련이 높다.

새 학기 증후군은 공부, 친구, 통학거리, 선생님, 부모님 모두가 원인일 수 있다. 새 학기가 되기도 전에 ‘학년이 바뀌니 더 열심히 공부하라’거나 ‘이제 노는 시간을 줄이고 공부에 집중하라’는 식으로 부담을 주면 스트레스가 커진다. ‘걱정하지 말라’ ‘잘할 수 있다’고 안심시키거나 자신감을 심어주고, 학교생활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갖을 수 있게 해야 한다. 

학기 시작 전에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찾도록 해주고, 새 학기 계획 수립을 도와주는 등 새로운 학급 상황에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는게 좋다. 그래야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 낯선 교실에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새 학기 증후군은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에 적응하게 되면 사라지나, 부모 관심만으로도 빨리 해소할 수 있다. 역시 관심과 배려가 중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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