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용기는 투철한 책임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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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이재정 교육감, 이달주 교장!

 

언론 기사를 접하면서 매우 황당하였다. 교육감, 교장으로서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 예상 밖의 행동이었기 때문이었다. 교육부는 교육감에게 경고까지 주었다. 누리과정 예산의 국가 부담을 요구하는 교육감, 비정규직 인건비를 교육청에서 부담하라는 교장… 얼마나 절박하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경기교육예산에서 인건비, 급식비 등 경직성 경비가 전체 예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 2006년의 경우 경직성 예산을 제외하면 가용 재원이 600억 원 정도라는 예산담당관의 말이 기억난다. 은행 대출로 인건비를 지급하고, 지방채 발행으로 교육사업비를 충당하는 재정 위기를 교육청과 학교는 허리띠를 졸라매어 극복하였다.

 

초대 주민직선 김상곤 교육감은 무상급식, 혁신교육 등 공약 이행에 막대한 경비가 필요했다. 한쪽 예산을 늘리면 다른 쪽은 줄어드는 풍선효과가 지속되고 있다. 비정규직 인건비 및 퇴직적립금, 정보화기자재구입비, 인력 감축에 따른 대체 인건비, 자격연수 여비 등 학교에 새로운 부담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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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활동에 필요한 최소 경비를 제시한 2011년 표준교육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학교기본운영비 교부는 학교를 파산 직전까지 내몰았다. 누리과정 예산도 한몫을 하였다. 2015년 누리과정 자료를 보면서 2006년 재정 위기보다 더 심각함을 알았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 여부와 재원 등에 대한 논쟁은 치열했고, 보육 대란이 예상되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2018년도에는 누리과정 예산 전액의 국고 지원 등으로 재정여건이 개선되어 학교기본운영비가 전년 대비 15% 인상되었다고 한다. 학교기본운영비 15% 인상은 전례가 없는 파격적인 조치로 경기교육에 대한 열정과 책무성이 일구어낸 값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나는 용기 있는 사람을 존경한다. 용기 있는 사람은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을 극복하며, 주변의 비난, 강압, 회유 등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가 맡은 소임을 다 한다. 몇몇 사람이 보여준 용기 있는 행동이 큰 물결을 만든다. 그러하기에 이재정 교육감, 이달주 교장의 피켓 시위에 큰 박수를 보낸다.

 

김한호 한국교원대학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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