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왜 예술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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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선수들의 선전이 빛났는데 그중 가장 사랑을 받은 종목은 단연 여자 컬링팀이었다. 시골학교 방과 후 컬링팀이 생소하기도 한 컬링이라는 종목에서 은메달을 딴 것은 가히 기적과도 같았다. 컬링팀은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과 단합하는 팀워크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하지만 이들의 정신력과 팀워크 뒤에는 예술이 치료적으로 기여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컬링팀은 훈련기간 동안 미술심리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치료는 선수들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생각과 감정을 조절하도록 돕고 팀원들 선수들 사이의 관계를 증진시켜 정신력과 팀워크에 도움을 주었다. 선수들에게 예술이 도움을 주었듯이 문학, 음악, 미술, 춤,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 다양한 예술은 모든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예술이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예술작품은 인간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예술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예술가나 작품 속 주인공의 감정을 나누기도 하고 자신의 과거의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기도 한다. 특히 비극적인 내용과 공감하면서 내 마음에 쌓여있던 우울감, 불안감 같은 부정적 감정이 해소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를 카타르시스(catharsis)라고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예술은 팍팍하고 감성이 메말라가는 현대인의 감성을 자극하고 순화시켜준다.

 

예술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스토리가 있지 않아도 구체적인 형태를 띠지 않을 때에도 예술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황홀한 경우도 많다. 프랑스의 작가 스탕달(Stendhal)은 피렌체의 산타크로체 성당에서 그림을 보고 무릎에 힘이 빠지면서 황홀경을 경험했다고 하는데 이런 경험을 누구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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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은 어려운 말로 표현하자면 무의식의 창조기능이 발현되는 순간이며 쉽게 말하면 내 안의 예술가가 감동받은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미적 체험은 그 자체로 인간의 경험을 확장시키는 치유적인 효과를 가진다. 

예술을 알아가는 것 또한 즐거운 경험이다. 이 즐거운 체험은 한 번 빠지면 물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흠뻑 빠져들어 시간가는 줄도 모르는 현상인데 이를 심리학에선 ‘몰입’이라고 하고 옛 학자들은 ‘삼매경’이라고 했다. 미국의 칙센미하이 교수에 의하면 몰입은 인간의 삶을 즐겁게 해주며 또한 행복하게 해준다고 한다.

 

예술을 통해 감정을 다스리고 아름다움 그 자체를 즐기며 예술의 즐거움에 흠뻑 빠져들게 되면 어느덧 초라한 자신이 더 커져 자존감이 향상되게 된다. 비록 배는 고프지만 자존감만큼은 높은 예술가들처럼. 그러니 컬링팀이 아닌 당신도 지금 빠져보기 바란다. 예술이 주는 즐거움과 치유의 늪에.

 

신동근 마마라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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