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를 하면 할수록 적자입니다. 경제성장에 큰 기여를 한 우리 같은 애국자들이 왜 이런 처지에 놓여야 합니까”
최근 열린 대한건설협회 정기총회에서 한 건설사 대표가 켜켜이 쌓였던 울분을 토해내자 식장은 이내 숙연해졌다. 이를 듣던 100여 명의 회원사 대표들은 자신들의 처지가 가슴 속을 후벼 파기라도 한 듯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이 대표는 “공사를 따내기도 어려울뿐더러 공공공사 10건 중 4건이 적자공사”라며 “정부가 적정공사비를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도록 우리 모두 머리띠를 두르고 서울 광장이라도 나가서 투쟁하자”고 절규했다.
앞서 열린 건설협회 경기도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또 다른 건설사 대표도 작년에 간신히 119안전센터 신축공사 1건을 따내 공사했지만, 이것저것 제하고 나니 손에 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이 두 건설사 대표들의 목소리는 애처롭기까지 했다.
도대체 이들은 왜 이토록 절실한 목소리를 내는 것일까? 가장 큰 원인은 공공발주자들이 적정공사비를 책정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예산 삭감 위주의 공사가격 과소산정과 무책임한 공기연장으로 말미암은 추가비용 미지급 등 건설업계의 불공정 관행이 깊이 뿌리박힌 탓이다. 이는 건설업과 관련한 지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건설기업의 경영여건은 최근 10년간 지속적으로 악화해 건설업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지난 2005년 5.9%에서 2015년 0.6%로 곤두박질 쳤다.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건설산업의 청년 일자리 미래는 더욱 어둡기만 하다. 결국, 적정공사비가 확보되지 않는 한 건설업체의 수익성 악화는 지속될 게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는 건설산업의 붕괴뿐만 아니라 하도급ㆍ자재ㆍ장비업자의 부작용이 누적되고 특히 각종 안전사고 증가로 연결될 우려 또한 크다.
적정공사비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무분별한 예산 삭감 위주의 공사비 산정으로 곪은 대로 곪아 터진 건설 환경이야말로 건설업계의 가장 큰 ‘적폐’가 아닐까. 정부는 울부짖는 건설인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권혁준 경제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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