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딸과 함께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도 공연이지만 팜플렛에 소개된 합창단원들의 프로필이 인상적이었다. 단원 24명의 나이, 별자리, 장래희망, 취미, 좋아하는 음식ㆍ색깔ㆍ동물ㆍ숫자ㆍ예술가 등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신기하게도 장래희망이 다 달랐다. 열네 살 폴 트리야드(Paul Trillard)는 ‘청소부’가 꿈이었다. 열세 살 막상스 겐스(Maxence Gence)는 ‘너무 많음’, 암브로와즈 마레샬(Ambroise Marechal)은 ‘아직 못 정했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딸 아이가 “엄마, 청소부가 꿈이 될 수 있어요?”라고 물었다. “그럼 당연하지”라고 답했다. ‘초코렛→삼겹살→뽑기왕→문방구 주인’. 딸 아이의 꿈의 변천사다. 올해 아홉 살이 된 아이는 현재 꿈이 없다. 찾고 있는 중이다.
올해 1학기 ‘경기꿈의대학’ 수강신청이 한창이다. 도교육청이 지난해 개교 당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것과 달리 올해는 수강신청 나흘 만에 1만여 명의 고등학생이 몰렸다. 91개 대학과 19개 공공기관 및 전문기관이 1천580개 강좌를 운영한다. 수강신청 결과에 따라 최종 개설 강좌를 확정하고, 4월3일부터 강좌별로 개강해 10주간 운영된다.
도내 41만7천여 명의 고등학생 전 학년 대상으로 무학년제ㆍ무료로 한 학기 1인 3강좌 이내 수강이 가능하다.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는 덤이다. 경기꿈의대학은 명문대를 가는 사다리가 아니다. 학생 스스로 자신의 적성을 찾아가는 출발점이자, 내 꿈이 무엇인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과정이다.
지난해 1학기 819개 강좌에 1만9천788명의 고등학생이 참여해 경기도 전체 고등학생의 4.7%가 수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더 많은 고등학생들이 정규 수업을 마친 후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꿈의대학에서 자신의 꿈을 찾아 연애(戀愛)를 뛰어넘는 열애(熱愛)를 하길. 참, 고백하자면 기자도 6년째 열애 중이다. 미울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지만 열애 그 자체가 좋다. 대상은 비공개한다.
강현숙 사회부 차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