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5060의 더블 케어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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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됐지만 여전히 부모에 의존하는 ‘캥거루족’이 많다. 독립할 나이에도 부모와 함께 살며 경제적 지원을 받는 캥거루족은 여러 부류다. 심각한 취업난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얹혀 사는 경우, 취업은 했지만 경제적 자립이 어려워 함께 사는 경우, 결혼을 했어도 내집 마련이 힘들어 함께 사는 경우 등 다양하다. 부모 집에 함께 거주하지 않아도 생활비에 반찬까지 지원받는 새로운 캥거루족도 생겼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캥거루족’을 주제로 2030 직장인 979명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54.2%가 ‘(부모로부터) 금전적 도움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 1년간 지원받은 금액은 평균 944만 원으로 집계됐다. 결혼한 직장인일수록 지원 액수도 높았다. 기혼자는 평균 1천402만 원, 미혼자는 757만 원이었다. 이들이 취업ㆍ결혼으로 자립했음에도 부모 지원을 받는 것은 높은 주거비용과 고물가 등이 큰 이유다.

캥거루족 자녀는 5060세대에겐 큰 부담이다. 5060세대는 아래로는 성인 자녀를, 위로는 노부모를 동시에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더블 케어(Double Care)’ 상황에 놓여 삶이 버겁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행복한 은퇴발전소 4호’에 따르면 5060세대 세 집 가운데 한 집(34.5%)이 자녀·부모를 동시에 부양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12월 성인 자녀를 두고 있으면서 양가 부모님 중 한 분 이상이 살아있는 50~69세 남녀 2천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더블 케어의 원인은 기대수명 증가와 저성장으로 요약된다.

더블 케어 가구 중 71.1%는 성인 자녀와 노부모 모두에게 매달 생활비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목돈·간병 지원 제외). 성인 자녀에겐 월 평균 78만 원, 노부모엔 월 40만 원을 주고 있다고 답했다. 월 평균 소득(579만 원)의 20.4%를 더블 케어에 쓰고 있다. 특히 50대(자녀 75만 원, 노부모 39만 원)보다 60대(자녀 89만 원, 노부모 42만 원)가 더 많은 생활비를 지원했다. 노부모를 간병해야 하는 더블 케어 가구의 부담은 이보다 더 컸다.

5060세대의 더블 케어 부담은 크게 해소될 것 같지 않다. 오히려 ‘황혼 육아’라는 새로운 부양 부담을 지고 있다. 실제 현재 손주가 있는 더블 케어 가구로 좁혀 보면, 10가구 중 4가구꼴로 ‘자녀 부양+노부모 부양+손주 양육’의 트리플 케어 상태로 나타났다. 내 한몸 건사도 쉽지 않은데, 더블 케어 내지 트리플 케어의 늪에 빠져있는 5060세대가 안쓰럽다. 캥거루족이나 노부모 케어는 개인 가정의 문제라기 보다 사회 문제다. 정부가 나서 그들의 짐을 덜어줘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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