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이 끝났다. 우리는 그들이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을 응원했다. 잠시 울컥하기도 했다. 불꽃이 꺼졌다. 그러자 소리치고 웃던 그들이 사라졌다. 우리는 길에서 그들과 만난 적이 별로 없다. 길은 울퉁불퉁하고 건물은 턱이 있어 그들은 얼음 위에서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가 없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은 고속버스를 탈 수 없다. 우리가 꽤 잘 사는 나라임에도 그런 고속버스는 없다. 국가대표도 아닌 그들이 운동하려면, 꽤 멀리 있는 전용 체육관에 가야 한다. 그들이 길을 묻거나 계산을 할 때 대통령이 아닌 시민은 눈높이를 맞혀주지 않는다.
가끔 그들의 대표라며 의원이 된 사람들도 있었지만, 법이나 조례는 그들의 불편을 느낄 만큼 덜어주지는 못했다. 처음 한두 번, 뉴스에 나오다 지난 패럴림픽이 끝났을 때처럼 그들 대표는 사라졌다.
공공기관은 그들에게 일자리를 주기도 한다. 현수막은 커다랗게 걸려 있으나 그들의 일자리는 대개 사무 보조 같은 작은 자리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일상과 미래에 중요한 일은 알지 못하고 말을 할 기회가 없다. 가산점을 준다고 하지만, 자신의 일상과 미래를 결정할 자리에 그들이 임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들의 삶에 중요한 부서의 책상은 자긍심이 부족하고 의자는 빈번히 바뀌어 빛나지 않는다. 그들은 다급하지만, 수첩은 업무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서류는 동그라미만 떠 있다 연결이 되지 않았으니 다시 시작하라고 한다. 절차는 있고 절박함은 없으니 그들의 생활이 한 뼘 바뀌는 동안 선거는 여러 번 지나갔다.
꽃이 피고 새순이 돋고 선거가 가까이 오면, 그들의 복지와 교육은 단호한 목소리가 되어 마이크에서 쏟아질 것이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면, 그 단어들은 도로에 흩어지고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넥타이들은 건물 안으로 들어갈 것이다.
몇 번인가 패럴림픽이 열리는 동안 했던 다짐들이 사라졌듯이, 쉰 목소리로 외치던 문장들은 여름볕에 금방 말라버릴 것이다. 월요일 아침, 동네 꼬마들이 깔깔 웃으며 학교에 간다. 몸이 불편한 옆집 1학년 아이는 한 시간 전에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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