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을 앞둔 2012년 3월. 김진표 의원을 향한 비난이 뿌려졌다. 경제연구소를 운영하던 선대인 소장의 글이다. 노무현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를 김 의원 책임으로 몰았다. 법인세 인하 철회, 주공 분양 원가 공개 무산, 사립대 등록금 인상 방조, 한미 FTA 추진 등을 다 김 의원 탓으로 돌렸다. 표현도 가혹(?)했다. ‘모피아 정치인의 대표’ ‘경제민주화 걸림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진표 의원 공천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김진표 의원은 고위 관료 출신이다. 투쟁적 정치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다. 피 튀기는 성명전과 익숙하지 않다. 그만큼 선 소장의 글은 지역에서도 충격이었다. 그리고 6년여가 흘렀다. 오랜만에 선 소장과 김 의원에 얽힌 정보가 들어온다. 용인 시장에 출마한 선 소장이 사과했다고 한다. 수원에 있는 김 의원 사무실을 찾아간 모양이다. ‘(과거의) 과한 표현에 사과드린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이런 뜻을 공개했다. ▶김 의원 측 인사들의 노기는 남아 있는 듯 보인다. 사과의 뜻을 SNS에 공개해줬으면 하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기야, 당시 글을 기억하는 측근이라면 그럴 만도 하다. 더구나 그 글은 여전히 인터넷 세상을 떠돌아다니고 있다. 그런데 전해지는 정보의 핵심은 다음에 있다. 김 의원이 모든 걸 용서했다고 한다. ‘정책과 관련해 다른 입장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는 전언이다. 정치부 기자는 정보 보고서 말미에 ‘대인배답다’는 주석을 달았다. ▶23일 0시쯤, 이명박 대통령이 집을 나섰다. 교도소로 가기 위해서다. 전송하던 아들 이시형씨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발을 동동 구르며 눈물을 흘렸다. 노구의 아버지를 감옥에 보내는 아들의 심정일 게다. 오버랩 되는 장면이 있다. 2009년 5월 29일 오후, 수원 연화장 8호 분향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신이 입고되고 있었다. 검은 양복을 입은 아들 노건호씨가 눈물을 쏟아냈다. 입술을 깨문 모습이 참담했다. ▶과거사 바로 세우기, 적폐 비리 청산…. 누군가에겐 보복이다. 그때는 노무현에 구박받던 이명박 권력의 보복이었고, 지금은 이명박에 목숨 잃은 노무현 정신의 보복이다. 아닌가? 대단한 금기어라도 되는 양 입 막을 필요 없다. 반대로 자신들만 억울한 듯 십자가 코스프레를 펼 일도 아니다. 어차피 이게 한국 정치다. 기억도 희미해진 오랜 업(業)이다. 죽이고, 죽고…죽고, 죽이고…. 지역 정치에는 ‘용서’가 있는데, 중앙 정치로 가면 달라지는 이유가 뭘까. 그게 권력일까.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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