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올드보이의 귀환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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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관이 명관인가? 자유한국당에 ‘올드 보이’ 바람이 불고 있다. 6ㆍ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역단체장 후보에 김문수 전 경기지사, 김태호 전 경남지사, 이인제 전 최고위원을 전진 배치하고 있다. 올드 보이 차출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인재영입 전략(?)이었던 모양이다.

 

홍 대표는 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이인제 고문에게 “JP(김종필 전 총리) 이래 충청도가 낳은 가장 큰 인물”이라며 충남도지사 출마를 요청했다. 이 고문은 “홍 대표가 간곡하게 요청하고, 당 재건을 위해 한점의 풀뿌리가 되겠다는 결심을 한 가운데 지금 이 시간 여기 있다”며 수락 의사를 밝혔다. 3일 국회에서 출마 수락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이 고문은 6선 의원에 경기도지사, 노동부 장관을 역임하고 대선 후보도 2번 한 인물이긴 하다.

 

3선 국회의원과 재선 경기도지사를 지낸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서울시장 후보로 나오는 것이 확정적이다. 홍 대표의 전략공천에 마음을 굳힌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지사는 지난달 SNS에 “선당후사의 각오로 6월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이 선전하도록 힘껏 노력하겠다”며 자발적으로(?)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현재 ‘태극기 세력’의 대표주자인 김 전 지사는 당내 ‘사회주의 개헌저지 투쟁본부’의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당의 서울시장 후보는 홍정욱 전 의원, 이석연 전 법제처장, 김병준 전 국민대 교수 등 새인물 영입이 잇따라 실패하자 김 전 지사까지 콜하는 상황에 이르렀는데 과연 우파를 결집시킬 카드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나간다는 사람이 없으니 너라도 나가라’는 식으로 비쳐지는 것도 마다않는 김문수의 머릿속이 궁금하다.

 

한국당 경남지사 후보에는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내정했다. 독일 유학을 준비하던 김 전 지사 역시 출마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탄핵 정국에서 탈당했다 한국당에 복귀한 김무성 의원은 북핵폐기추진특별위원장과 개헌저지 투쟁본부 공동위원장이라는 두 개의 감투를 썼다. 정진석 의원은 경제파탄대책특별위원장을 맡았다.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전 의원도 개헌저지 투쟁본부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이들은 김대중·노무현정부 시절 야당을 경험했던 인사들로 홍 대표와 함께 투쟁했던 인연이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문재인 정부 심판론을 앞세워 투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올드 보이의 귀환을 바라보는 당 안팎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이들의 재등장엔 참신한 인물을 영입하지 못한 인물난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중량감 있는’ 올드 보이의 귀환이라는데, 6ㆍ13선거에 얼마나 영향력을 미치게 될지…. 왠지,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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