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겨울만 되면 코를 훌쩍거리는 아들에게 코 세척을 시도했다. 그날 밤 아들은 귀가 아프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포털사이트에 ‘코 세척 후 귀 통증’을 검색했다. 코 세척을 하다가 압력이 너무 높으면 귀로 물이 들어가 염증을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검색됐다.
아들을 데리고 가까운 수원의료원 응급실을 찾았다. 1분가량 대기한 후 당직 의사가 진료에 들어갔다. 당직 의사는 “우리 병원에는 이비인후과가 없어서 전문적 치료가 어렵다”고 말한 후 아들의 귀를 봐줬다. 이때 간호사는 아내에게 원무과에 가서 접수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사이 진료는 계속 이뤄졌고 당직 의사는 귀에 염증이 있으니 항생제 주사와 약을 처방하겠다고 말하고 날이 밝으면 이비인후과에 가라고 안내했다.
이 모든 과정이 불과 30여 분 만에 끝났다. 최근 아들을 목욕탕에 데리고 갔다가 귀에 또 탈이 났다. 귀에 물이 들어가 심야에 통증이 발생한 것이다. 수원의료원에 이비인후과가 없다는 얘기를 들어서 아주대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수원의료원보다 당연히 질 높은 응급 의료서비스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 예상이 크게 빗나갔다. 환자를 먼저 보는 것이 아니라 원무과에 접수를 먼저 해야 했고 환자가 많아 대기하는 시간만 30여 분에 달했다.
아들이 고통을 호소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막상 소아과 당직의사도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아니었고 항생제 약을 받는데 1시간 이상 소요됐다. 수원의료원보다 시간도 4~5배 이상 소요됐고 비용도 3배 이상 들었다.
얼마 전 한 지역 정치인이 SNS를 통해 발에 염증이 있어 아주대병원 응급실을 갔다가 환자를 장시간 방치했다며 불만을 토로한 글을 올린 적이 있다. “가벼운 응급 상황(?)이면 가까운 중소병원 응급실을 이용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댓글을 남겼다.
막연히 대학원병원 응급실의 의료서비스가 좋으리라 생각하고 무조건 그곳을 찾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환자의 상태가 어느 정도 위중한지 따져보고 그에 맞는 응급 의료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이 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는 길이다.
최원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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