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미국 샌디에이고 고속도로에서 렉서스 ES350에 탄 일가족 사망 사고가 있었다. 가속페달 결함으로 차가 질주하면서 시속 190㎞로 충돌했다. 도요타는 운전 미숙을 탓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3개월 뒤 사상 최대 규모의 리콜을 했지만 차량 결함은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이 수사에 나섰고 의회는 청문회를 여는 등 미국 정부가 압박했다. 도요타는 2010년 1월 가속페달 문제를 인정하며 또다시 리콜을 했고, 침묵을 지키던 아키오 CEO는 청문회장에서 울먹이며 사죄했다.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1위였던 도요타는 2011년 4위로 내려앉았다.
미 시카고에서 타이레놀 캡슐을 복용한 사람이 청산가리 중독으로 사망했다는 보도가 1982년 10월1일 지역 일간지에 실렸다. 존슨앤존슨은 즉시 위기관리팀을 구성하고 시카고의 모든 마트에서 타이레놀을 전량 리콜했다. 회사 측은 주요 매체에 ‘경고! 가족과 삶을 지키기 위해 타이레놀을 절대 복용하지 마십시오’라는 광고까지 냈다.
연방수사국(FBI)과 식품의약처(FDA)는 청산가리가 약국 유통과정에서 들어갔다는 결론을 내렸다. 존슨앤존슨은 미 전역으로 리콜을 했고, 이후 제품을 변조할 수 없게 3중 포장된 타이레놀 제품을 다시 판매했다. 10주가 걸렸다. 7%까지 곤두박칠 쳤던 타이레놀 시장 점유율은 3년 만에 예전 수준인 35%를 회복했다.
도요타 사례에서 보듯 ‘때늦은 사과’는 위기 상황을 악화시킨다. 반대로 존슨앤존슨은 초기 적극적 대응과 솔직함이 소비자들에게 ‘진솔한 기업’이란 메시지를 줘 빠른 시간에 위기를 극복했다.
어느 기업이나 위기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위기가 와도 ‘나쁜 기업’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주지 않는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진정성 있는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때늦은 사과, 적당히 둘러댄 사과, 반성 없는 사과는 역효과를 불러온다. 2014년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도 그랬다. 변명과 거짓으로 적당히 둘러댄 입장문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조현아 부사장의 복귀설이 나오자 아직도 여론은 싸늘하다.
최근 페이스북의 추락이 끝이 없다. 전 세계적 파문을 낳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의 오랜 침묵과 책임 전가, 불충분한 사과가 화를 키우고 있다. SNS에선 ‘#deletefacebook’ 해시태그를 다는 페이스북 삭제운동이 한창이고, 경제적 타격과 기업 이미지 훼손도 심각하다. 저커버그는 10∼11일 미국 상·하원 증언대에도 선다. ‘적당히 둘러댄 사과’나 ‘진정성 없는 사과’는 결국 자신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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