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년 미국 버지니아주의 안나 자비스라는 소녀는 갑자기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모하기 위해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다녔다. 카네이션은 그녀의 어머니가 생전에 좋아한 꽃이다. 안나는 추념식에 모인 이들에게도 카네이션을 나눠주며 어머니를 기억해주길 바랐다. 안나의 동화 같은 감동 스토리가 미 전역에 전해지면서 의회는 1914년 5월 둘째 주 일요일을 ‘어머니의 날’로 정했고 이후 세계 각국으로 전파됐다.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때로 기억한다. 선생님의 말씀과 손동작을 따라 준비해 온 빨간 색종이로 카네이션을 접었다. 서툰 솜씨 탓인지 꽃 모양이 참 어수룩하고 볼품없었다. 하지만 뿌듯한 마음에 학교를 마치고 한걸음에 집으로 뛰어가 어머니에게 카네이션을 드렸다. 환하게 웃으시며 흐뭇해하시는 어머니의 얼굴이 지금도 선하다. 어느덧 중년이 됐지만 어버이날은 가슴이 먹먹하다. 일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하네요라고 안부전화를 드리지만 어쨌든 게으름 탓이다.
우리나라에서 어버이날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카네이션이다. 왜 많은 꽃 중에서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게 된 걸까. 바로 ‘모정’, ‘사랑’, ‘부인의 애정’이라는 꽃말 때문이다. 각국마다 카네이션의 의미는 다르지만 부모님께 감사와 공경의 마음을 담는다. 우리나라는 1956년 5월8일을 ‘어머니 날’로 정했다. 이에 서운함(?)을 느낀 아버지들이 ‘아버지의 날’도 제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하자 1973년 ‘어버이날’로 변경했다.
어제(11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올해 어버이날은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에는 최대 나흘 황금연휴지만 휴가나 소비 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정부는 국내 소비 진작 등을 이유로 여러 차례 임시공휴일을 지정한 바 있기에 공감이 된다.
비록 임시공휴일로 지정이 안 됐지만 어버이날과 카네이션의 의미를 되짚어보며 따뜻한 포옹과 함께 부모님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리자. 365일 중 어버이날은 누구에게나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만든 가장 중요한 날이다. 내년에는 다른 휴일을 줄여서라도 공식 공휴일이 됐으면 한다.
김창학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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