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후 아빠 미세먼지 수치 좀 봐줘요.”
지난 한 달간, 아니 거의 올 들어 아내한테 가장 많이 들은 소리 중 하나다. 요즘 아내는 자고 일어나는 순간부터 잠들 때까지 수시로 휴대전화 어플을 이용해 동네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고 또 내게 묻는 게 일상이다.
하루는 미세먼지 때문에 6살짜리 큰아들 유치원 등원 문제를 놓고 아내와 의견이 충돌했다. 유치원을 보내지 않겠다는 아내와 결석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내 의견이 맞선 것이다. 모처럼 주말을 맞아 가족들과 가까운 곳에 나가 외식이라도 하자고 하면 먼지가 이렇게 심한데 어딜 나가겠느냐며 사람 무안하게 면박을 준다. “밖에 사람들은 잘만 다니는 데 너무 호들갑 떠는 거 아니야.”란 말에 억지로 얼굴에 마스크를 씌우기까지 한다. 다른 이유도 아니고 미세먼지란 녀석 때문에 언쟁을 벌이며 부부싸움을 하는 우리 부부의 모습이다.
이렇듯 부부 사이도 갈라놓는 미세먼지가 오는 6ㆍ13 지방선거의 주요 쟁점으로까지 떠올랐다. 각 후보는 저마다 미세먼지 대책을 내세우며 여론몰이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 남경필 경기지사는 미세먼지 줄이기 대책인 ‘알프스 프로젝트’ 추진사업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 40개 사업에 마스크 무상공급 등 6개 사업을 추가했다.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미세먼지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정확한 측정 강화 등을, 이재명 예비후보는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과 미세먼지 저감시설 지원 등을 내세웠다. 또 양기대 예비후보는 중국의 책임 있는 조치 요구 및 환경부지사 임명 등을 약속했다.
지난 6일 높은 미세먼지 농도 탓에 수원을 비롯한 몇몇 지역의 프로야구 경기가 전면 취소되면서 아들들과 야구장을 가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미세먼지 때문에 경기가 취소된 건 37년 만에 처음이란다. 충격적이었다. 그간 크게 문제 인식을 하지 못했을 뿐 미세먼지 문제는 대수롭지 않게 넘길 사안이 아니었다.
아이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서는 요즘 미세먼지가 최대 이슈거리란다. 두 아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우리 아이들이 좀 더 깨끗한 환경 속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미세먼지 해결에 대한 제대로 된 정책과 대책이 나오길 간절히 바라본다.
권혁준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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