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끝 모르는 재벌가 갑질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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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재벌가의 ‘갑(甲)질’ 논란이다. 또 대한항공이다. 이번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다. ‘땅콩 회항’ 사건의 주인공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동생이기도 하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지난달 16일 광고대행업체 직원을 향해 위협적인 태도로 소리를 지르고 물이 든 컵을 집어 던졌다고 한다. ‘회의중 조 전무의 질문에 해당 팀장이 제대로 답변을 못하자 소리를 지르며 질책했고, 뚜껑을 따지 않은 유리로 된 음료수병을 던졌고, 이후 분이 풀리지 않는 듯 물을 뿌렸다’. 당시 광고대행업체 게시판에 익명으로 올려졌다가 삭제된 글이다.

 

조 전무는 12일 자신의 SNS에 “어리섞고 경솔한 제 행동에 고개 숙여 사과 드린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해서는 안될 행동으로 더 할 말이 없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나 조 전무의 과거 부적절한 행동들이 연이어 도마 위에 오르며 비난 여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조 전무는 휴가를 내고 해외로 나갔다가 분위기가 심상치않자 15일 급히 귀국했다.

 

조 전무 사건이 시끄러워지자 언니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조 회장의 장녀인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12월 뉴욕 JFK국제공항에서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 삼아 이륙 준비 중이던 대한항공 여객기를 돌려 세우고 사무장을 강제로 비행기에서 내리게 했다. 이 사건으로 조 전 부사장은 구속됐고, 잠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당시 법원은 “돈과 지위로 인간의 자존감을 짓밟고, 조직이 한 개인을 희생시키려 한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조 전무는 언니가 검찰에 출두한 날, ‘반드시 복수하겠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대한항공 자녀의 갑질은 두 사람으로 끝나지 않는다. 조 전무의 오빠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도 뺑소니 운전과 폭언, 폭행 등 혐의로 경찰에 수차례 입건됐다. ‘조양호 회장이 기업 경영은 성공했을지 몰라도 자식농사는 실패했다’는 얘기가 틀리지 않는다.

재벌 2·3세들의 ‘갑질’ 행태가 끊이지 않는다. 해외에서도 종종 비웃음을 산다. ‘재벌’은 한국에만 있는 개념이라 외국에서 ‘chaebol’이라는 고유명사로 번역해 쓰고 있다. 물론 좋지않은 일에 주로 거론된다.

 

재벌가의 ‘무조건 경영세습’은 한국 기업문화의 병폐다.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재벌 2ㆍ3세들의 폭행과 폭언은 국민들에게 분노와 박탈감을 준다. 일탈을 반복하는 이런 사람들이 기업을 경영할 자격이 있을까. 경영에 앞서 인성교육부터 받아야 한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진심으로 사과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헛소리는 더 이상 듣고싶지 않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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