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행동강령’은 부패방지법 제8조에 근거해 대통령령으로 제정한, 법적 구속력을 갖춘 공무원 윤리규범이다. 정식 명칭은 ‘공무원의 청렴유지 등을 위한 행동강령’으로 2003년 5월 19일부터 시행됐다. 각급 기관의 공무원은 이를 준수해야 한다. 행동강령 위반은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견책 등 경징계부터 파면 등의 중징계까지 받을 수 있다.
새로운 공무원 행동강령이 오늘부터 시행된다. 새 행동강령은 열 번째 개정판이다. 2016년 공무원에 대한 청탁을 금지하는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시행된 데 이어 공무원의 행동 기준도 엄격해지는 것이다. 국민권익위는 지난해 공공기관 채용 비리, ‘공관병 갑질’ 논란 등 공직자가 지위나 권한을 남용해 사익을 추구한 사태들이 잇따라 터지자 이를 근절하기 위해 행동강령을 개정했다.
새 행동강령은 민간 부문에 대한 공직자의 부정 청탁, 즉 직무 권한이나 영향력을 행사해 민간에 알선·청탁하는 것을 금지했다. 부하 직원이나 직무 관련 업체에 개인적인 업무를 시키는 등 사적 노무를 요구하는 행위도 금지 대상에 포함했다.
이 밖에도 자신 및 친인척 관련 회사와 관련된 업무를 맡았을 경우 기관장에 신고, 고위 공직자 임용시 3년간의 민간분야 활동내역 제출, 직무 관련 민간업체에 대한 자문 제공 등 영리행위 금지, 관련 기관 또는 산하기관의 공무원 가족 채용 또는 수의계약 금지, 자신 또는 가족과 직무관련자와의 금전 및 재산 거래, 계약체결 내역 신고 등의 규정을 신설했다.
이 중 공무원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건 선배 공직자와의 사적인 만남을 갖지 말라는 조항이다. 새 강령은 공무원이 퇴임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소속 기관의 퇴직자와 골프, 여행, 사행성 오락을 같이하는 행위 등 사적 접촉 시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하도록 했다. 퇴직 공무원과의 접촉이 ‘전관예우’ 등의 비리나 불법 유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사전 차단한다는 차원에서 만든 규정이다.
오늘부터 시행되는 새 행동강령에 퇴직 선배와 점심 약속을 잡았던 공무원들이 약속을 취소하는 사례들이 있다는 보도다. 기준이 모호해 당분간 선배들을 아예 만나지 않을 생각이라는 이도 여럿이다. 제도 시행 초기라 더욱 몸조심하는 분위기다. 한쪽에선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 만나는 것까지 금지하는 건 지나친 사생활 침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공무원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 같아 기분 나쁘다는 반응도 있다.
일부 규정에 대한 찬반양론이 있긴 하지만 새 공무원 행동강령은 환영할 만하다. 공직윤리를 강화하는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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