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과욕보다 응원을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 정현 선수가 테니스에 입문하게 된 동기는 어렸을 때 ‘약시’ 치료를 위해 당시 의사의 권유로 이뤄졌다는 것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아버지가 테니스 지도자였고, 세 살 터울의 형이 먼저 테니스를 시작한 영향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건 정현이 약시 치료를 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지만, 테니스에 대한 남다른 재능이 있었기에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 수영이 배출한 불세출의 스타인 박태환 선수 역시 유년시절 몸이 허약하고 천식을 자주 앓다가 ‘수영이 천식에 좋다’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 입문했다. 그 역시 타고난 기량을 바탕으로 중학생 때 국가대표에 발탁돼 기량이 일취월장한 끝에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자유형 400m에서 대한민국 선수로는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현과 박태환의 공통점은 병 치료를 위해 유년시절에 시작한 운동이 잠재돼 있던 재능의 발견으로,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대개 성공한 운동 선수들의 경우 두 선수처럼 타고난 재능을 바탕으로 성실한 노력이 어우러져 빛을 발하는 사례가 많지만,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 성공의 길을 가는 경우도 있다. ‘짝발’을 딛고 한국 최고의 마라토너로 성장한 이봉주 선수가 그러하고, 고교시절까지 평범한 선수에서 각고의 노력으로 국제적인 축구 스타로 성장한 박지성 선수, 한 가지 기술 완성을 위해 1천번이 넘게 점프했다는 ‘피겨 퀸’ 김연아 선수가 대표적인 예다.

▶우리 주변에는 이들처럼 세계적인 스타를 꿈꾸며 운동하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선수 본인의 호기심이나 운동이 좋아서 하는 경우도 많지만, 부모들의 손에 이끌려 입문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얼마 전 만난 한 지인이 축구선수로 활동하는 아들을 위해 자기의 생업을 내팽개치다시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 지인은 자신의 아들이 공을 잘 차는데 감독이 주전으로 기용을 안한다고 하소연했다. 이 모두가 부모의 과욕이다.

▶운동을 좀 잘 한다고 해서 모두 박지성이 되고, 정현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자녀의 소질과 적성을 먼저 파악한 뒤 좌절하지 않도록 응원하며, 부모의 욕심이 아닌 본인이 목표의식을 갖고 정진하도록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

 

황선학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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