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4월하라

강현숙 사회부 차장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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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4월은 무척이나 바쁜 달이었다. 매년 4월 어린이는 ‘장애인의 달’, ‘식목일의 달’, ‘과학의 달’, ‘지구의 달’을 맞아 각종 글짓기, 그림 그리기 대회에 나갔다. 나무를 심고, 물을 아껴쓰고, 몸이 불편한 친구들 돕겠다고 원고지 쓰고, 우주선을 타고 여행하는 장면을 스케치북에 그리던 어린이는 수 년의 4월을 걸치면서 어른이 됐다.

▶2014년 4월16일 오전, ‘세월호 승객 전원 구조’ 속보가 떴다. 어른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취재차 남한산성으로 향했다. ‘오보’였다. 시신이 한구, 한구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그때마다 어른은 (속으로)통곡했다. 그렇게 눈과 가슴으로 깊게 새겨진 2014년 4월. 어른은 2014년 4월16일 이전에도 4월 안에는 아픈 날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국 현대사에서 4월은 잔인하리만치 아픈 달이다. 올해로 70주년을 맞은 제주 4·3사건, 4·16 세월호 참사 4주기, 4·19혁명 기념일에 이르기까지 기억해야 할 죽음들이 많다. 국가 권력에 의한 민간인의 희생과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비극들이 존재한다고 왜 아무도 어린이에게 일러주지 않았을까. 

▶매섭던 북풍한설이 따뜻한 남풍에 밀려나면서 꽃피는 4월. 우리나라 날씨 중 가장 온화하고 살기좋은 때가 꽃피는 4월이라 할 만큼 따스하고 좋은 때다. 그런 4월에 수많은 죽음이 꽃이 되었고,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말에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하늘의 별이 된 304명의 희생자가 별이 되어 4월을 채우고 있다. 

▶4월이 가기 전 어른은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아홉 살 딸아이에게 ‘4월’을 알려줘야 하고 기억하도록 해야 한다. 함부로 나뭇가지를 꺾지 말자, 지구의 환경을 보호하는 그림을 그려볼까 등 두루뭉술하게 말하지 말자고 다짐해본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숫자놀이다. 4·3, 4·16, 4·19를 가지고 더하기와 빼기를 하며 4월을 말하고, 그리고 싶다. 그래야 앞으로의 4월을 기억하며 4월을 사랑하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서다. 아픔은 잊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는 것이니까.

강현숙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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