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남북 정상 핫라인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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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라인(Hot line)은 미국과 옛 소련 사이에 개설된 긴급연락용 직통 통신선이다.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은 핵전쟁 직전까지 갔던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겪고 나서 1963년 7월 미국의 제안으로 정상 간 핫라인을 개설했다.

케네디와 후루시초프의 합의로 설치돼 두 사람 이름의 머리글자를 따서 ‘KK라인’이라고도 했다. 당시엔 대서양에 깔린 전용선을 통해 미 국방부와 소련 공산당 본부에 설치된 전신 타자기로 전문(電文)을 주고받아 이를 백악관과 크렘린궁에 전달했다.

 

현대 외교에서 정상 간 핫라인은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소통 채널로 활용돼 왔다. 미ㆍ소의 핫라인은 1967년 6월 중동전쟁이 일어났을 때 소련이 이 통신선을 이용해 미국에 평화를 위한 협력을 요청하면서 처음 사용됐다. 1990년대부터는 전신 대신 전화 통화를 더 자주 했다.

 

핫라인은 1966년 6월 프랑스와 소련 정부 간에 설치됐고, 1967년 2월엔 영국과 소련 정부 간에도 설치됐다. 1972년에는 미ㆍ중국 간, 동ㆍ서독 간에도 설치됐다. 한국과 중국은 작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이후 정상 간 핫라인 가동에 합의했고, 올해 1월 핫라인으로 첫 통화를 했다.

 

남ㆍ북 간 직통전화는 1971년에 처음 생겼다. 정상 간 핫라인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첫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2000년 6월에 설치됐다. 당시 ‘국정원-노동당 통일전선부’에 설치됐으나 실제 정상 간 통화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핫라인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북 강경정책으로 올해까지 완전히 불통상태였다. 그러다 김정은 여동생 김여정 특사의 방남을 계기로 복원됐다. 올해 1월부터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끊겼던 판문점 채널을 시작으로 군 통신선, 국정원과 통일전선부 등 남북 간 연락 채널을 복원하기 시작했다.

 

20일 청와대와 북한 국무위원회 간 핫라인이 개설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무실에 직통전화가 놓이고 언제든 통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남북 정상 간 핫라인 개통은 분단 70년 만에 처음있는 ‘의미있는 사건’이다. 이날 남북 실무자들은 두 차례에 걸쳐 4분 19초 동안 시험 통화를 했다. 양 정상은 판문점에서 가질 4ㆍ27 남북정상회담 전에 첫 직접 통화를 할 계획이다.

 

정상 간 핫라인 개통은 남과 북이 신뢰 구축을 향해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섰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이 핫라인이 ‘M(문재인)-K(김정은) 라인’이 돼 한반도 긴장 완화와 남북 간 충돌 예방은 물론 여러 현안을 놓고 대화할 수 있는 통로가 되길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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