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좋은 차(茶)는 좋은 사람과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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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차(茶)는 좋은 사람과 같다고 한다. 그럼 어떤 차가 좋은 차일까. 초의선사의 다신전(茶神傳)에 차 따는 시기는 일년 24절기 중 여섯 번째인 곡우 전 닷새를 으뜸으로 삼고, 곡우 지나 닷새가 다음 가며, 다시 닷새 뒤가 또 그다음이라 했다. 그러나 지금은 해마다 날씨 변화가 심해 청명한식을 지나 조석으로 기온 차가 많아도 기운차게 밀어올리는 찻잎을 채취하여 정성스럽게 만들고 저장을 잘하여 법도에 맞게 우려내는 것이 좋은 차가 아닐까 싶다.

 

정성스럽게 만든 차는 어떻게 보관해야 하나. 우리는 흔히 나물을 무쳐 한 끼 잘 먹고 남으면 냉장고에 넣는데 다시 꺼내 먹을 때는 처음 그 맛이 아님을 경험으로 안다. 차도 마찬가지다. 일단 개봉한 차는 아끼지 말고 부지런히 마시되 온도가 고르고 습하지 않으며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만약 차를 보관하는 냉장고일 경우 습기, 냄새에 유의하고 꺼낼 때는 차를 우리기 한 시간 정도 먼저 꺼내 실온과 비슷해져야 차 맛이 회복된다.

 

이처럼 잘 보관한 차는 마시기 좋은 때가 언제일까. 다산 정약용의 <걸명소>에는 아침 햇살 피어날 때, 흰 구름이 맑은 하늘에 떴을 때, 낮잠에서 갓 깨어났을 때, 밝은 달이 시냇물에 드리워졌을 때가 차 마시기 좋은 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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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신전>의 차 마시는 법(飮茶之法)에는 “손님이 많으면 소란스럽고 소란스러우면 아담한 정취가 사라진다, 혼자 마시는 것을 속세를 떠난 그윽한 경지(신:神)라 하고, 둘이 마시는 것을 좋은 정취, 한적한 경지(승:勝)라 하고 서너 명이 마시는 것을 취미적이고 유쾌한 경지(취:趣)라 하며 오륙 명이 마시는 것을 평범(범:泛)한 경지라 하고 칠팔 명이 마시는 것은 음식을 나눠 먹기와 같다(시:施)”고 했다.

 

좋은 차는 좋은 사람과 같아 차 마시는 자리는 시끄러운 것보다 조용한 것이 좋고, 사치스러운 것보다 소박한 것이 좋고, 복잡한 것보다 간소한 것이 좋고, 잡념이나 망상을 내는 것보다 한 생각으로 통일하는 것이 좋고, 부담스러운 이야기보다 청담(淸談)이 좋고, 비 오고 바람이 부는 날보다 맑고 고요한 날이 더 좋고, 지저분한 방보다 깨끗한 서재가 더 좋고, 뜻이 높은 친구가 좋고, 불필요한 도구는 없을수록 좋고, 글을 쓰거나 책을 읽고 음악을 들을 때가 좋다고 했다. 그러므로 찻자리에서는 음담도 청담이 아닐 수 없다.

 

강성금 수원화성예다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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